데이비드 뷰캐넌(삼성)은 구단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릭 밴덴헐크(투수)와 야마이코 나바로(내야수)처럼 우승 경험은 없지만 입단 후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020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한 뷰캐넌은 데뷔 첫해 27차례 마운드에 올라 15승 7패 평균자책점 3.45로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삼성은 뷰캐넌의 등장으로 외국인 투수 잔혹사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듬해 30경기에서 16승 5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달성했다. 특히 에릭 요키시(전 키움)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오르기도. 지난해 부상 여파로 한 달가량 전력에서 이탈했으나 11승 8패를 거두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올 시즌 12승 8패로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성적만 좋은 게 아니다.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 역할을 했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대표적이다. 원태인의 성장에 뷰캐넌의 지분은 아주 크다. 뷰캐넌을 멘토로 여기며 틈날 때마다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장점을 받아들인다. "뷰캐넌은 해마다 다양한 운동 방식을 배워와 가르쳐 준다. 내 야구 인생의 플러스 요인이 되는 선수"라는 게 원태인의 말이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외국인 선수들의 리그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됐다. 삼성의 새 식구가 된 코너 시볼드(투수)와 데이비드 맥키논(내야수)에게도 뷰캐넌의 역할이 필요하다. 차원이 다른 팬서비스는 감동 그 자체. 파도 파도 미담뿐이다.
뛰어난 성적과 젊은 선수들의 좋은 본보기 역할 그리고 최고의 팬서비스까지 고루 갖춘 뷰캐넌. 삼성은 '엄친아' 같은 뷰캐넌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내년에도 함께 하기 위해 다년 계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뷰캐넌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
뷰캐넌은 메이저리그 복귀보다 국내 무대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의 연고지인 대구를 또 다른 고향으로 여길 만큼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금액도 금액이지만 계약 기간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야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보장받길 원하는 건 당연한 일.
반면 구단 입장에서는 뷰캐넌이 필요하지만 원하는 대로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다. 4년 연속 10승 이상 거두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남겼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뷰캐넌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삼성과 뷰캐넌,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내년에도 함께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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