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성규와 KIA 김석환은 공통점이 있다. 광주 출신으로 동성중-동성고 선후배 사이다. 1993년생 이성규와 1999년생 김석환이기에 같이 학교를 다닌 적은 없다. 그러나 동문이라는 점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들 모두 소속 구단의 대표적인 슬러거 유망주다. 힘 하나는 '진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흡사하다. 팀 타선의 위력이 배가 되기 위해 이성규와 김석환이 터져야 한다.
경찰 야구단 소속이었던 2018년 31홈런을 터뜨리며 퓨처스 북부리그 홈런 1위에 등극했던 이성규는 장타 생산 능력 하나만큼은 팀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2020년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터뜨린 게 전부. 지난해까지 1군 통산 148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7푼9리(307타수 55안타) 12홈런 38타점 39득점 4도루에 그쳤다. 잦은 부상과 1군과 퓨처스를 왔다 갔다 하면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위축되기도.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14경기에 나서 타율 3할3푼3리(36타수 12안타) 5홈런 11타점 7득점 OPS 1.146을 기록하는 등 괴력을 발휘했다. 박진만 감독은 "이성규가 시범경기에서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서고 있다. 약점이었던 변화구 대처 능력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진다"면서 "장타가 부족한 삼성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올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개막 후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109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리(145타수 30안타) 1홈런 18타점 23득점에 그쳤다. 시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성규는 지난 10월 14일 SSG와의 정규 시즌 홈 최종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끝판대장' 오승환은 4-3으로 앞선 8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는 추신수. 풀카운트 끝에 6구째 직구를 던졌다. 추신수는 힘껏 잡아당겼다. 1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장타 코스였으나 1루수 이성규가 몸을 날려 타구를 걷어냈다. 오승환은 이성규의 환상적인 수비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위기에 놓인 오승환을 구하는 슈퍼 캐치를 선보인 이성규는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을 날리며 오승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성규는 8회말 2사 1루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날려 김현준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5-3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오승환은 9회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로써 오승환은 KBO리그 최초 400세이브의 시대를 열었다.
"초반에 너무 안 좋아서 힘들기도 했는데 백업으로 나가더라도 제 역할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후반기 들어 좋은 흐름을 이어가 내년에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이성규의 말이다.
김석환은 입단 당시 박흥식 타격 코치로부터 "스윙이 이승엽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2의 이승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종국 감독은 최형우의 뒤를 이을 슬러거로 김석환을 콕 찍었다.
퓨처스 무대에서는 배리 본즈를 연상케 할 만큼 상대 투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지만 1군 무대만 서면 작아졌다. 1군 통산 69경기에 나서 타율 1할5푼9리(138타수 22안타) 4홈런 13타점 17득점에 그쳤다. 올 시즌 퓨처스 홈런(18) 및 타점(73) 1위에 등극했으나 1군에서는 23타수 3안타 타율 1할3푼 3타점 1득점에 머물렀다.
최형우는 "김석환은 스윙과 파워 다 너무 좋다. 퓨처스에서는 너무 잘하는데 1군만 오면 안 된다. 너무 괜찮은 선수인데 멘탈이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석환은 2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만의 타격을 정립했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때 "타격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퓨처스에서 좋았던 점을 꾸준히 해오니 이제 타격폼에 대한 의심이 없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고 내 공이 왔을 때 확실하게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안 좋은 공 다 쫓아다니지 말고 몸쪽, 가운데, 바깥쪽을 확실하게 정해놓고 내가 잘 치는 코스를 알고 있어야 한다.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거기만 보고 있어라 하는 것이 많이 도움됐다"고 설명했다.
또 "정말 준비 잘했다. 확실하게 타격에 대해 여러가지를 정리했다. 이제는 상대 투수와 싸우기만 하면 된다. 준비한 만큼 기회가 오면 후회 없이 하겠다. 내가 정립한 타격에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 그 안에서 답을 찾자는 마인드가 잡혔다. 12월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피드 훈련에 중점을 두고 1월부터는 기술 훈련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성중-동성고 출신 슬러거 기대주 이성규와 김석환. 이젠 터질 때도 됐다. '늦게 피는 꽃이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길.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