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메이저리거 외야수 조쉬 레딕(36)이 LA 다저스의 야마모토 요시노부(25) 계약을 비난하다 역풍을 맞았다.
레딕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어떻게 메이저리그에서 공 하나 던지지 않은 선수에게 3억2500만 달러(약 4235억원)를 줄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야구는 망했다”는 댓글에 동의한다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야마모토를 저격한 내용이었다. 야마모토는 지난 22일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에 계약 합의 소식이 알려졌다. 1976년 11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웨인 갈랜드의 10년(총액 230만 달러)를 넘어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장 기간 계약으로 게릿 콜이 2019년 12월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면서 받은 3억2400만 달러(기간 9년)까지 깬 투수 역대 최고액 대우였다.
야마모토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오릭스 버팔로스에 지명된 뒤 2017년 1군에 데뷔했고, 올해까지 7년간 일본프로야구에서만 뛰었다. 최근 3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사와무라상, MVP를 휩쓸면서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지배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고 159km 강속구와 140km대 후반의 고속 포크볼, 완벽에 가까운 커맨드와 길게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까지 투수로서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1998년생 25세에 불과한 젊은 나이로 12년 초장기 계약을 따내며 데뷔도 하기 전에 메이저리그 최고 대우를 받았다.
다저스를 비롯해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빅마켓 구단들이 야마모토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당초 예상된 2억 달러를 훌쩍 넘어 3억 달러를 돌파했다. 모두가 놀란 계약 규모였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겐 거부감이 있을 만하다.
누구나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그 선수가 레딕이라서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 팬들은 “어떻게 속임수를 써놓고 아직도 자신을 세계 챔피언이라고 하는가?”라며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을 SNS 자기 소개에 써놓은 레딕을 못마땅해 했다. “사기꾼은 입 다물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왔다.
레딕은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였다. 그해 주전 우익수로 134경기 타율 3할1푼4리(477타수 150안타) 13홈런 82타점 OPS .847로 활약했다. 그러나 당시 우승은 불법적인 사인 훔치기로 이뤄졌다. 시즌 내내 휴스턴 선수들은 홈경기 때 외야에 설치한 카메라로 상대팀 사인을 훔친 뒤 덕아웃 옆 휴지통을 두들겨 타석에 있는 타자에게 구종을 알려주는 편법을 썼다.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를 7차전 접전 끝에 4승3패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했지만 사인 훔치기 전모가 드러난 뒤 우승의 정당성이 훼손됐다. 호세 알투베, 알렉스 브레그먼 등 일부 선수들이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없는 모습을 보였고, 휴스턴은 공공의 적이 됐다. 레딕도 반성하지 않은 선수 중 하나로 “우리가 이기면 비난은 줄어들 것이다”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레딕은 사인 훔치기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난 뒤 성적이 급락했다. 2020년을 끝으로 휴스턴을 떠났고, 202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끝났다. 지난겨울 호주프로야구 퍼스 히트에서 은퇴를 예고한 뒤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