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일본인 선수들이 LA에서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올해 3월 일본대표팀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으로 이끈 오타니 쇼헤이(29)와 야마모토 요시노부(25)가 내년부터 LA 다저스 우승을 위해 함께 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LA 베버리힐스의 유명 일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한 소식을 전했다.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도 자리를 같이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유명 일식 셰프 노부 마츠히사가 SNS를 통해 이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렸다.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같이 회를 담은 접시를 들고 웃으며 포즈를 취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MLB.com은 ‘오타니와 야마모토는 일본대표팀에서 우승을 위해 힘을 합쳤다. 오타니는 야마모토가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 계약을 하는 데에도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두 선수가 벌써 유대감을 쌓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저녁 식사 소식을 알렸다.
이어 ‘야마모토는 2020년 뉴욕 양키스와 9년 3억2400만 달러에 계약한 게릿 콜을 넘어 보장 금액으로 역대 투수 중 최고액 계약을 했다.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 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로 기록됐다. 축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두 선수 만남을 조명했다.
3년 연속 풀타임 투타겸업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오타니는 지난 10일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의 초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으로 화제가 됐는데 더 놀라운 것은 6억8000만 달러를 추후 지급받는 ‘디퍼’를 넣어 놀라움을 안겼다.
앞으로 10년간 2000만 달러만 받으면서 계약 총액의 97.1%를 추후 지급으로 미루는 전례 없는 계약을 했다. 다저스가 아니라 스스로 먼저 이런 조건을 제안한 오타니는 “내가 당장 받을 수 있는 돈을 줄이고, 구단이 페이롤(팀 연봉 총액)에 유연성이 생기면 100% 후불이라도 괜찮다”며 “앞으로 야구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기는 것이 내게 가자 중요하다”고 말했다.
LA 에인절스에서 6년을 뛴 오타니는 가을야구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알버트 푸홀스, 저스틴 업튼, 마이크 트라웃, 앤서니 렌던 등 고액 연봉 선수들이 많다 보니 구단 재정에 유동성이 떨어진 에인절스는 효율적인 선수단 구성에 실패했다. 최근 3년간 오타니는 최고 활약을 했지만 혼자 힘으로 팀을 이기게 할 수 없었다. 다저스를 택한 것도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이기 때문이었다.
연평균 7000만 달러 계약이지만 디퍼를 통해 오타니는 사치세 기준 연봉을 4600만 달러로 낮췄고, 다저스는 이 공간에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을 이뤘다. 지난 15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올스타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영입한 뒤 5년 1억36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FA 투수 최대어로 치열한 쟁탈전이 붙은 야마모토 영입전에서도 승리했다.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장 12년, 최고액 3억2500만 달러로 대형 투자를 하며 글래스노우와 강력한 원투펀치를 만들었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보스턴 레드삭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야마모토 영입에 나섰지만 다저스를 이길 수 없었다. 처음부터 야마모토의 마음이 다저스에 기울어 있었다는 게 정설. 오타니는 다저스와 계약 후 야마모토의 협상 자리에도 참석했고, 오타니를 동경한 야마모토도 마음을 굳혔다. ‘MLB 네트워크’ 존 모로시 기자는 ‘일본 야구 소식통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다저스의 일원으로 오타니와 함께 뛰고 싶어 했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며 오타니의 존재가 야마모토의 다저스행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지난겨울 대형 선수 영입 없이 조용히 지나간 다저스는 올 겨울 오타니와 야마모토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오타니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비싼 선수가 됐고,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이 없는 야마모토는 단숨에 역사상 최고 몸값 투수가 됐다. 2명의 계약 총액만 10억2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3355억원에 달한다. 말도 안 되게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인 듀오가 앞으로 다저스를 얼마나 많이 우승시킬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