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4할6푼8리를 치고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좌절감을 느꼈지만 야구를 포기할 순 없었다. 2년 뒤 프로 재도전을 위해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공주고 3학년 우투좌타 외야수 엄지민(18)은 올해 고교리그 20경기에 출장해 62타수 29안타 타율 4할6푼8리 17타점 18득점 23사사구 7삼진 출루율 .605 장타율 .565 OPS 1.170으로 활약했다. 도루를 26개나 기록할 정도로 발도 빠르고, 외야도 전 포지션을 커버했다.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면서 18경기 타율 3할3푼8리(65타수 22안타)를 기록한 엄지민은 2학년 때 17경기 타율 3할4푼5리(55타수 19안타)로 수치를 조금 더 끌어올렸다. 올해는 4할대를 넘어서며 고교 3년 통산 타율 3할8푼5리(182타수 70안타)로 마쳤다. 3년간 도루는 38개.
매년 감독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핵심 타자로 중용돼 꾸준하게 활약했지만 지난 9월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외면받았다. 181cm 87kg으로 좋은 체격 갖췄지만 외야수로서 장타가 부족했다. 요즘 프로 스카우트들은 타율만 보고 뽑지 않는다. 전체적인 툴을 더 본다. 올해 고교 최고 타율 5할4푼5리(55타수 30안타)로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박지완(도개고)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
프로의 꿈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잠시 미룬 것으로 생각한다. 고향 대전에서 개인 운동으로 겨울을 보내며 부산 동의과학대 진학을 준비 중인 엄지민은 “지명이 안 되고 나서 일주일 정도 힘들었다. 하지만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야구가 좋다. 대학교 가서 다시 프로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똑같이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타율에서 나타나듯 빠른 배트 스피드와 군더더기 없는 스윙으로 뛰어난 컨택 능력을 갖춘 엄지민은 “미지명이 아쉽지만 그만큼 내가 부족한 게 있어서 그렇다. 오히려 이런 시련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 2시간씩 웨이트를 하며 파워를 키우고, 순발력도 더 기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이야기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찾아간 대전구장에서 야구의 매력에 빠진 엄지민은 한화를 응원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손아섭(NC)이다. 같은 우투좌타 외야수로 보고 배울 점이 많기도 하다. 엄지민은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중계를 보면 손아섭 선수가 매일 안타를 쳤다. 그 모습이 멋져 손아섭 선수 팬이 됐고, 그런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원래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었지만 고교 1학년 때부터 야간에 따로 원베이스 거리를 전속력으로 뛰는 연습을 하면서 스피드가 붙었다. 노력형 선수인 만큼 앞으로 2년제 대학에서의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낼지 궁금하다. 그는 “2년 뒤에는 꼭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그만큼 준비를 잘해야 한다. 프로 지명을 받은 뒤 1군에서 뛰는 게 꿈이다”고 미래를 기약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