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메이저리그의 주인공은 LA 다저스다. 최고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 투수 최대어 야마모토 요시노부(25)를 연이어 FA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트레이드를 통해 올스타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30)까지 데려왔다.
오타니를 영입하며 10년 7억 달러라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최고액을 썼고, 야마모토에겐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최장 12년에 최고액 3억2500만 달러를 안겼다. 글래스노우도 트레이드로 영입하자마자 5년 1억3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다. 3명의 선수에게 총액 11억61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5134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다.
합리적인 선에서 효율적인 선수단 구성을 추구해온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 체제가 시작된 지난 2014년 10월 이후 다저스가 이렇게 화끈하게 돈을 쓴 적은 없었다. 최근 3년간 가을야구 실패를 딛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저스가 화려한 돈잔치를 벌인 사이 팀의 상징이었던 투수 클레이튼 커쇼(35)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커쇼는 지난달 4일 왼쪽 어깨 관절와상완 인대와 관절낭을 복구하는 수술을 받았다. SNS로 직접 수술 사실을 알린 커쇼는 “내년 여름 어느 시기에 복귀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현역 연장 의지를 보였다.
지난 14일 다저스 전담 라디오 방송 ‘KLAC’에 나온 커쇼는 “수술을 한 만큼 이제 공 던질 때 아프지 않을 것 같아 흥분된다”고 몸 상태를 자신하며 “아내와 함께 다음 거취를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 난 이기고 싶다.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한 번 우승하고 싶다”는 말로 경쟁력 있는 팀에서 뛰고 싶은 속내를 내비쳤다.
프리드먼 사장은 지난달 시즌 결산 기자회견 때 커쇼에 대해 “우리는 그의 복귀를 절대적으로 원하고 있다”면서도 “공은 커쇼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앞서 2년간 프리드먼 사장이 겨울마다 했던 말로 1년씩 커쇼와의 계약을 이어갔다. 2021년 시즌 후에는 직장 폐쇄로 인해 해를 넘긴 3월14일 1년 1700만 달러에 계약했고, 2022년 시즌 후에는 12월6일 1년 2000만 달러에 비교적 빨리 사인했다.
하지만 올해는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됐지만 계약 소식이나 루머도 없다. 다저스가 거물 선수들에 집중하다 보니 커쇼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내년 여름에야 복귀 가능한 부상 전력이라는 점도 FA 커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 이런 상황에서 커쇼에게 겨울 연례행사 같은 ‘고향팀’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설이 또 나왔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24일 ‘텍사스는 제이콥 디그롬, 맥스 슈어저, 타일러 마흘 등 3명의 선발투수가 내년 전반기를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 중인 또 다른 뛰어난 선발 커쇼를 FA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텍사스가 커쇼를 원한다고 전했다. 같은 텍사스주 댈러스 하이랜드파크 고등학교 출신인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과 커쇼의 친분도 두텁다.
텍사스는 올해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62년 묵은 한을 풀었다. 우승 주역이었던 좌완 선발 조던 몽고메리, 베테랑 좌완 마틴 페레즈가 FA로 풀렸고, 디그롬과 슈어저도 부상 중이라 선발진이 약화됐다. 커쇼도 부상 전력이라 초중반 합류는 어렵지만 텍사스는 오랜 기간 커쇼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우승권 팀이 아니라 커쇼의 외면을 받았지만 올 겨울은 상황이 다르다. 텍사스는 디펜딩 챔피언이고, 다저스에선 뒷전으로 밀려난 커쇼의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
다저스는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오타니가 내년에 투수로 던질 수 없지만 야마모토, 글래스노우를 중심으로 올해 성공적인 데뷔를 한 바비 밀러, 에밋 쉬헨이 선발진에 있다. 토미 존 수술과 재활을 거친 워커 뷸러도 돌아온다. 어느 정도 선발 자원이 채워졌지만 글래스노우, 뷸러는 부상 관리가 필요하다. 커쇼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건강할 때 여전히 효율적인 투수라 어느 팀이든 있으면 좋다. 커쇼는 올해 24경기(131⅔이닝) 13승5패 평균자책점 2.46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