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달인’ 차명석 단장, FA 계약 88억 중 42억을 옵션으로…“선수가 잘해서 다 챙겨받으면 좋겠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12.25 06: 40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이 FA 계약에서 ‘협상왕’의 면모를 잇따라 보여줬다. LG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팀내 FA 3명과 계약했다. 이미 지난 1월에 다년 계약에 합의한 오지환과는 세부적인 계약조건을 마무리했다. 
차명석 단장은 임찬규와 함덕주의 FA 계약에서 옵션 비중을 50% 가까운 파격적인 계약을 이끌어냈다. 임찬규는 총액 50억원에서 옵션이 24억원이다. 함덕주는 총액 38억원 중에 18억원이 옵션이다. LG는 두 선수와 88억원 계약을 했는데, 옵션 금액이 42억원이다. 47.7%로 절반에 가깝다. 구단은 ‘먹튀’가 되지 않게끔 ‘안정 장치’를 만들었고, 선수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 옵션은 다 챙길 수 있다. 
차 단장은 “(옵션 비중을) 선수가 이해해줘서 고맙다. 구단은 안정장치를 한 것이다. 선수가 잘하면 팀도 좋다. 잘해서 (옵션을) 다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가 옵션을 모두 받을만큼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팀 성적도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상이나 부진으로 옵션을 다 받지 못한다면, 그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 채워야 하고, 전체적인 팀 전력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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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24일 "프리에이전트(FA) 함덕주 선수와 계약기간 4년 총액 38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함덕주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전체 43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57경기에 등판해 4승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하면서 좌완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LG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올해까지 11시즌 통산 397경기(선발 30경기) 501⅔이닝 35승 21패 59세이브 49홀드 평균자책점 3.50 탈삼진 515개를 기록했다.
LG 구단은 “함덕주는 국가대표 경력을 포함하여 많은 경험을 가진 투수이다. 2023시즌에는 건강함을 되찾으면서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주었고, 팀의 필승조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팀을 위해 던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함덕주는 계약 후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을 마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 이번 시즌 팀이 최고의 성적을 냈고, 나도 부상없이 던지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쁘다. 다시 한번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꾸준한 모습으로 팀이 계속 강팀이 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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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LG는 지난 21일 "프리에이전트(FA) 임찬규 선수와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임찬규는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1시즌 동안 LG에서 뛰며 통산 298경기(1075⅔이닝) 65승 72패 8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2023시즌에는 중간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4월말 선발진이 부진하자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14승으로 리그 국내 투수 중 최다승(전체 3위)을 기록했다.
LG 구단은 "임찬규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꼭 필요한 선수이다. 긍정적인 영향으로 팀의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며 팀이 통합우승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본인 성적 뿐 아니라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다"고 밝혔다.
계약을 마친 임찬규는 "엘린이 출신으로서 자랑스러운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어서 기쁘다.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LG 트윈스 선수로 남고 싶었는데 좋은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이번 시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팬들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팬들이 항상 웃을 수 있도록 내년, 내후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계약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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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단장은 옵션이 절반에 가까운, 선수에게 불리하고 구단에 안정적인 계약을 이끌어냈다. 함덕주는 최근 몇 년간 '부상 이력'이 있었고, 임찬규는 올해 커리어하이 성적을 냈지만 '꾸준함'이 부족했다. FA 4년 계약 기간 동안 선수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이 옵션 비중을 늘리는 것이었다. 
함덕주는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에서 LG로 트레이드 됐다. 당시 LG는 개막 직전에 선발진에 부상 변수가 생겼고, 선발과 불펜 경험이 모두 있는 함덕주를 영입했다. 그러나 함덕주는 2021년과 2022년 두 시즌 동안 부상에 시달리며 트레이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2021년에 16경기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 2022년에는 13경기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2.13으로 부진했다.
2021년 개막 한 달 만에 팔꿈치 부상(뼛조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5월 무렵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수술 대신 함덕주는 3개월 넘게 재활을 해서 9월에 복귀했지만 시즌 막판 팔꿈치 부상이 또 재발했다. 결국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22년에는 5월에 불펜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꾸기 위해 2군에 내려가서 선발 수업을 쌓다가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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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부상으로 고생한 함덕주는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건강한 몸상태로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불펜 필승조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57경기(55⅔이닝) 4승 무패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맹활약했다. 그런데 리그 필승조 중에서 으뜸의 성적이었지만, 8월말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 시간을 가졌다. 지난 2년간 1군에서 33⅔이닝만 던졌는데, 올해 55이닝 넘게 던지면서 팔에 피로가 누적됐다.
11월초 한국시리즈까지 재활을 한 함덕주는 한국시리즈 4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70(3⅓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시리즈 전체에 결정적인 승부처였던 2차전 구원승으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기록했다. 이처럼 함덕주는 3년간 매년 부상 이슈가 있었다. LG는 이닝, 경기 수 등으로 함덕주의 건강을 안정장치로 옵션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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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의 올해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30경기(26선발)에 등판해 144⅔이닝을 던지며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다승 3위(14승), 승률 2위(.824)에 오르며 커리어 하이 성적을 냈다.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의 보직을 롱릴리프로 시작했다.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 등 젊은 신예들이 3~5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선발 투수들이 4월부터 부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임찬규를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임찬규는 4월말부터 선발 투수로 로테이션을 돌면서 11시즌 만에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임찬규의 최근 4년 성적을 보면, 2020년 27경기에서 10승 9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이후 2년간은 부진했다. 2021년 17경기(90⅔이닝)에서 1승 8패 평균자책점 3.87에 그쳤다. 2022년에는 23경기(103⅔이닝)에서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부진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으나 포기하고, FA 재수를 선택했다.
임찬규는 11시즌 동안 통산 3차례 10승을 기록했다. 2018년 11승(11패, 146⅔이닝), 2020년 10승(9패, 147⅔이닝) 그리고 올해 14승(3패, 144⅔이닝)이다. 규정 이닝도 이 때 3번만 달성했다. 풀타임 선발 투수이 갖춰야 할 이닝 이터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 부족했다.  
임찬규의 에이전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는 "선수가 얘기한 대로 보장을 낮추고, 옵션을 더 많이 한 것이다. 구단에서 처음 제시해 주셨던 보장 금액을 저희가 더 낮췄다. 대신에 옵션 금액을 올렸다. 임찬규 선수가 건강하게 잘 뛰어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임찬규 선수의 그런 모습이 굉장히 멋지고 좋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임찬규는 염경엽 감독의 조언으로 자신의 직구에 대한 자신감과 활용도가 높아졌고,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섞어 피칭 디자인이 달라졌다. 내년에도 올해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그렇기에 옵션이 50% 가까이 되는 계약을 자신있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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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 단장은 최근 구단 유튜브 라이브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FA 임찬규와 함덕주의 뒷얘기를 전했다. LG는 11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4승 1패로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LG 선수단은 잠실구장 인근 신천의 한 식당에서 회식 자리를 가졌다.
차명석 단장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식당에서 고기, 술로 식사를 했다. 구단주님도 오셔서 같이 식사를 하셨다”며 “임찬규가 구단주님 앞에서 ‘제 팔을 LG에 바치겠다’고 하더라. 구단주님은 웃고 계시고. 내가 '굳이 안 바쳐도 된다. 네 팔이 그렇게 필요하진 않다'고 했는데 자꾸 바친다고 하더라. 옆에서 함덕주는 이미 자기 피는 줄무늬 피다. '나는 LG에 이미 묻었다’고 얘기하더라. 왜 구단주님 앞에서 얘기하는지. 둘 다 FA다. 타이밍은 아는구나”라고 웃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서로 합의점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임찬규도, 함덕주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옵션 비중이 50% 가까이 되는 계약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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