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일원이 된 오타니 쇼헤이가 슈퍼스타로서 새 동료들에게 베품을 실천하고 있다. 리더의 품격이다.
다저스 10년 7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오타니는 LA에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년 7억 달러라는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이라는 화제성으로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우선 오타니는 자신이 LA 에인절스 시절부터 달고 있던 등번호 17번을 달 수 있도록 양보해준 새로운 동료, 투수 조 켈리에게 답례를 했다. 정확히는 켈리의 아내에게 답례를 했다. 켈리의 아내인 애슐리 켈리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가 다저스와 계약하기를 염원하는 ‘#ohtake17’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켈리는 세인트루이스 시절(2012~2014년) 58번을 달았고 보스턴 시절(2014~2018년)에는 56번을 달았다. 17번은 2018년 후반기 다저스로 이적한 이후부터 달기 시작했고 지난해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한 뒤에도 17번을 달았다. 6년 넘게 달고 있는 애착있는 번호였다. 하지만 다저스와 1년 8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뒤에도 등번호는 공개되지 않았다. 애슐리는 SNS에 남편 켈리의 등에 17번이 아닌 99번 등번호를 적으면서 등번호를 양보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켈리는 “오타니가 계속 이렇게 활약을 하게 된다면 내가 썼던 번호는 영구결번이 될 것이다. 그게 내가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이다”라면서 오타니에게 번호를 양보할 뜻을 내비쳤고 구단의 부탁에 흔쾌히 응했다.
켈리의 양보로 오타니는 입단식 때 17번의 유니폼을 입고 모두의 앞에 설 수 있었다. 이에 오타니는 켈리에게 고마움을 ‘통 크게’ 표현했다. 켈리의 아내에게 포르쉐 자동차를 선물했다. 24일(이하 한국시간), 애슐리의 SNS에는 집 앞에 도착한 포르쉐를 보고 놀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남편 켈리는 이를 지켜보면서 “쇼헤이가 너를 위해 포르쉐를 주고 싶다”라고 애슐리 켈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다저스네이션’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심성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켈리 가족이 자신을 다저스로 오게끔 쏟은 노력을 알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켈리가 17번을 포기한 뒤로 오타니에게 어떤 선물을 받게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정확히 무엇을요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는 켈리의 요청이 아니라 오타니가 원했던 것 같다’라면서 ‘오타니는 계속해서 야구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를 알려주고 있다’라며 오타니를 극찬했다.
그리고 오타니는 야마모토와도 식사 자리를 가졌다. 로스앤젤레스 비버리 힐스의 일식당에서 오타니의 통역 겸 매니저인 미즈하라 잇페이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사진이 공개됐다.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식사를 한 곳은 유명 일식 셰프 마츠히사 노부유키의 식당이었고, 마츠히사 셰프의 SNS에 오타니와 야마모토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에 계약기간 10년 동안 단 2000만 달러만 받고 추후 6억8000만 달러를 받는 역대급 결단을 내렸다. 오타니는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로 “구단 경영진이 지난 10년을 실패라고 생각하더라. 다저스의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꼈다”라면서 “몇몇 구단의 제의를 받았지만 ‘예스’라고 답할 수 있는 구단은 다저스 하나밖에 없었다. 다저스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언제까지 야구선수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팀에 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크 월터 구단주가 구단을 매각하거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퇴단하면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한 것도 우승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무너지면 계약도 끝나는 것이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대형 계약으로 구단의 자금 흐름이 막히는 것을 우려했다. 오타니 혼자만의 힘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에인절스 시절에 느꼈다. 다방면의 투자로 최고의 팀을 구축해야 우승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오타니가 먼저 지불유예를 구단에 제안했다. 그는 “내가 조금 받더라도 구단의 재정이 유연해진다면 문제없다”라면서 진심을 내보였다.
결국 다저스는 오타니가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게 한 결심 때문에 투자 의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5년 136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등과 최종 3파전 경쟁 끝에 12년 3억2500만 달러,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야마모토까지 품었다. 야마모토는 오타니의 지불 유예 덕분에 3억2500만 달러를 계약기간 내에 온전히 받을 수 있다. 계약금은 파격적인 금액인 5000만 달러였고 6년과 9년 뒤에 옵트아웃 조항으로 FA가 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만들었다. 모두 오타니 덕분에 가능했던 계약이었다.
오타니는 계약 직후 야마모토와 다저스의 협상 당시에도 직접 참석해서 야마모토와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평소에 오타니를 동경했던 야마모토는 다저스로 이미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MLB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자신의 SNS 계정에 ‘일본 야구계를 잘 하는 소식통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다저스의 일원이 되어 오타니와 함께 뛰고 싶어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아직 1경기도 치르지 못한 오타니지만 벌써부터 리더의 모습이 풍기고 있다. 다저스에는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이라는 MVP 선수들이 있고 아직 계약을 맺지는 못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인 클레이튼 커쇼가 있다. 그러나 오타니가 동료들을 챙기고 호흡하는 모습은 실질적인 리더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