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잠실 라이벌의 역사적 트레이드는 돌고 돌아 결국 윈윈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2년 9개월 전 양석환(32)과 함덕주(28)는 KBO리그를 뜨겁게 달군 빅딜의 주인공이었다. 2021년 3월 LG 차명석 단장이 1루수가 필요한 두산에 양석환을 선 제시한 뒤 반대급부로 함덕주를 요구하는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양 팀은 양석환-함덕주 맞교환에 채지선, 남호 등 어린 투수들을 더해 최종 2대2 대형 트레이드를 완성시켰다. 두 선수는 그렇게 정든 팀을 떠나 라이벌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레이드는 LG의 손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두산에서 한때 27세이브를 올리며 왕조 마무리로 활약한 함덕주가 이적 후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 팔꿈치 부상으로 LG에서의 첫 시즌을 16경기(21이닝)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로 마쳤고,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22시즌 또한 큰 반전은 없었다. 13경기(12⅔이닝) 평균자책점 2.13을 남긴 뒤 5월 초 2군에 내려가 선발 준비를 하다가 잔부상으로 4개월을 쉬었다. 9월 중순 퓨처스리그에서 등판했지만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함덕주는 트레이드 이후 3번째 시즌 만에 마침내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57경기에 등판해 4승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의 안정감을 뽐내며 2점대 평균자책점에 27세이브를 올린 2018시즌을 재현했다. 5월 평균자책점 0, 6월 0.71, 8월 0.90의 호투 속 LG의 정규시즌 1위 도약에 큰 힘을 보탰다.
함덕주는 왼쪽 팔꿈치 부상이 재발하며 8월 26일 NC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조기에 마감했지만 재활을 거쳐 상태를 회복시켰고, 한국시리즈 4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70의 호투 속 29년 만에 LG 통합우승 주역으로 거듭났다. 함덕주는 두산 시절이었던 2015년, 2016년, 2019년에 이어 개인 4번째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FA 협상에 앞서 주가를 제대로 올렸다.
상무 전역 후 입지가 좁아진 양석환 역시 두산 이적이 신의 한 수가 됐다. 2021시즌 133경기서 타율 2할7푼3리 28홈런 96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루수 고민을 지움과 동시에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베어스의 5번 1루수를 맡아 첫 시즌부터 이른바 ‘트레이드 복덩이’로 거듭났다.
첫해와 달리 작년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고질적인 내복사근 부상이 재발했고, 5월 복귀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107경기 타율 2할4푼4리 20홈런 51타점의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석환과 더불어 김재환, 정수빈 등 주축 선수들이 동반 부진을 겪은 두산은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었다.
양석환의 2023 스프링캠프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가장 포커스를 둔 부분은 부상 방지였다. 내복사근을 단련시키기 위해 근육 유연성을 키웠고, 필라테스를 통해 코어를 강화했다. 이후 호주 스프링캠프로 향해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에 빛나는 이승엽 감독을 만나 밀어치는 법과 노림수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기량 또한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결과 양석환은 올해 부진한 김재환을 대신해 두산의 홈런타자 역할을 수행했다. 140경기 타율 2할8푼1리 21홈런 89타점 장타율 .454의 파괴력을 뽐내며 홈런 부문 5위에 올랐다. 3년 연속 20홈런(28개-20개-21개)을 친 수준급 우타 거포로서 FA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결국 두 선수 모두 FA 계약이라는 해피 엔딩을 맞이했다. FA 시장의 최대어로 불린 양석환은 지난달 30일 원소속팀 두산과 4+2년 최대 78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첫 4년 계약의 총액은 최대 65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 총액 39억 원, 인센티브 6억 원)이며, 4년 계약 종료 후 구단과 선수의 합의로 발동되는 2년 13억 원의 뮤추얼 옵션이 포함된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함덕주의 계약 소식도 들려왔다. 24일 원소속팀 LG와 4년 총액 38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것. 계약금 6억 원, 연봉 14억 원, 인센티브 18억 원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을 마친 함덕주는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을 마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 이번 시즌 팀이 최고의 성적을 냈고, 나도 부상 없이 던지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쁘다. 다시 한 번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꾸준한 모습으로 팀이 계속 강팀이 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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