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를 상대로 ‘라이벌’의 사전적 정의처럼 이기거나 앞서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LG에 비해 실력이 부족했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상하게 LG만 만나면 마운드가 무너졌고, 수비 실책이 속출했고, 득점권 빈타가 지속됐다. 그 결과 5승 11패의 아쉬운 성적으로 LG전을 마무리했다.
두산은 과거 왕조 시절이었던 2018년 LG에 무려 15승 1패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7년부터 2018년 15번째 맞대결까지 LG전 17연승을 달리다가 최종전 차우찬의 9이닝 1실점 투혼의 역투에 막혀 16전 전승이 좌절됐다. 그 정도로 두산의 LG 상대 경기력이 압도적이었다.
두산은 이후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19년 10승 6패, 2020년 9승 1무 6패로 잠실 라이벌전의 승자 지위를 유지했다. 2021년에는 모처럼 LG와 빅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역시 7승 3무 6패 우위를 차지했다.
두산은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지난해부터 ‘트윈스 포비아’에 시달렸다. 잇따른 전력 유출과 외국인선수의 부상 이탈 속 LG를 만나 6승 10패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승엽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올해도 반전은 없었다. 이 감독과 나란히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LG 감독과 ‘엽의 전쟁’으로 관심을 모은 가운데 통합우승팀 LG에 철저히 밀렸다. 4월 14일 4-13, 5월 7일 1-11, 6월 18일 3-15 등 유독 대패가 많았고, 라울 알칸타라, 곽빈 등 두산이 자랑하는 원투펀치가 LG만 만나면 작아졌다. 마치 두산이 2018년의 LG가 된 느낌이었다.
이승엽 감독 또한 지도자 첫해를 되돌아보며 라이벌과의 상대 전적 열세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올해 LG 상대로 너무 못했다. 부진했고, 힘을 써보지 못했다. 승부에서 지는 건 수치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산은 2위 KT(5승 1무 10패), 3위 SSG(4승 1무 11패)에게도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며 상위 세 팀을 상대로 14승을 따내는 데 그쳤다. 반대로 KIA(12승 4패), 삼성(11승 5패), 한화(10승 6패), 키움(12승 4패) 등 하위권 팀들 상대로는 승수를 차곡차곡 쌓으며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할 수 있었다. 내년 시즌 5위보다 높은 순위를 위해서는 LG, KT, SSG 상대로 더 많은 승수를 쌓아야 한다.
이 감독은 “올해 상위권 팀들에게 약했다. 하위권 팀들을 이겨서 5위를 했다”라며 “상위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이기지 못하면 올라갈 수 없다. 맞대결에서 이기려고 할 것이다. 승부에서 지는 건 수치다. 그 수치를 올해 당해봐서 내년에는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설욕을 다짐했다.
두산은 LG와 더불어 내년 롯데와도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두산 왕조를 구축하고 이승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긴 김태형 감독이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했기 때문. 지도자 첫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도약을 꿈꾸는 이 감독과 두산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의 지략 싸움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 감독은 “김태형 감독님께 한 수 배울 생각이다. 감독님은 아주 대선배님에 명감독님이다.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라면서도 “경기는 우리가 더 많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나이가 많든 적든 조건은 똑같다. 지려고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상대가 베테랑 감독님이라도 경기장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라고 김태형 더비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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