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1980년대 초반 얘기다. 그때도 NBA는 뜨거웠다. 동부에는 잘 나가는 두 팀이 있었다. 보스턴 셀틱스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였다. 식서스는 줄리어스 어빙이 지배하던 시절이다. 반면 셀틱스에는 래리 버드라는 특급 루키가 등장했다.
아시다시피 두 도시의 팬덤은 화끈하다. 거칠고, 직선적인 팬들이 많다. 덕분에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린다. 심지어 시범경기에서도 벤치 클리어링이 몇 번이나 일어날 정도다.
그러던 1982년이다. 둘은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다시 만났다. 3년째 계속된 매치업이다. 여기서 이겨야 파이널에 진출한다. 역시 만만치 않다. 6차전까지 3승 3패였다.
마지막 7차전이 보스턴에서 열렸다. 원정팀 식서스가 4쿼터에서 불을 뿜는다. 종료 1분도 남지 않은 시점에 10점 차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미 승부는 돌이키기 어려웠다. 가비지 타임이 조금 남았을 뿐이다. 홈 팬들은 절망에 빠졌다. 여기저기서 야유와 욕설이 터져 나온다.
그때였다. 관중석 한 켠에서, 작은 외침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단지 몇몇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점점 퍼져 나간다. 급기야 모두의 함성이 됐다. 시빅 센터가 떠나갈 듯한 볼륨으로 커진다. “BEAT LA! BEAT LA! BEAT LA!”
놀랍게도 상대에 대한 축복과 응원이다. 철천지 원수와도 같은 식서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Beat LA(LA를 깨라)”는 곧 이런 뜻이다. “파이널에 가서 LA 레이커스를 꺾어라.” 그러니까, 우리를 밟고 가라, 그래서 우승컵을 동부로 가져와라. 그런 절규였다.
다저스가 스토브리그를 평정했다. 압도적인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를 잡았다. 그리고 FA 랭킹 2위로 평가된 우완 야마모토 요시노부까지 손에 넣었다. 둘에게 투자한 액수만 10억 2500만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1조가 넘는 (1조 3300억 원) 천문학적 금액이다.
가뜩이나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시즌 100승, 포스트시즌 진출도 어렵지 않던 라인업이다. 하지만 이젠 그걸 넘어섰다. 그야말로 쟁쟁한 스타 군단이 됐다. 팬들의 기대가 폭발한다. 내년 시즌 입장권 가격이 벌써부터 폭등 조짐이다.
반면 상대적인 반감도 커진다. 양키스를 부르던 ‘악의 제국’은 이제 그들을 겨냥한 수사(修辭)가 됐다. 곳곳에서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가장 큰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비판하는 멘션이 여기저기서 부글거린다.
특히 오타니의 계약 방식에 대한 논란이 크다.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당사자의 취지와는 별개다. ‘후불제 지급 방식(디퍼)은 편법 내지는 꼼수다.’ 그렇게 규정하는 싸늘한 시각이 실재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리그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다.
영입 과정에도 못마땅한 비판이 쏟아진다. 막판까지 경합한 블루제이스를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토론토 팬들은 “우리도 비슷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결국 외면당했다”며 “이미 다저스로 마음을 굳힌 뒤에도 끝까지 레이스를 벌이게 만들었다”고 분노한다. 심지어 전세기 탑승설까지 이용해 경쟁을 부추겼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1982년 보스턴에서 시작된 ‘BEAT LA’의 외침은 이후 전국으로 퍼졌다. 비단 NBA뿐만 아니다. 모든 종목과 레벨을 망라하고 LA 팀을 저격하는 구호가 됐다.
물론 MLB에서는 다저스가 가장 큰 표적이다. 뉴욕, 보스턴 같은 곳은 물론이다. 같은 서부 지구의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애리조나에 가면 어김없이, 늘 합창으로 울려 퍼진다. 아마도 내년 시즌에는 그 목소리가 더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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