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는 올해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비웃듯이 당당하게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파죽의 7연승을 달리면서 가을의기적을 쓸 뻔 했다. 비록 KT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3패 리버스스윕을 당하면서 가을야구 여정을 마무리 했지만, 꼴찌 후보로도 꼽혔던 팀은 가을의 주인공 문턱에서 좌절했다.
에이스 에릭 페디는 20승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기록으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리그 MVP,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꼴찌후보’ NC를 선두에서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그 뒤를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로 뒷받침했다. 주장 손아섭은 타격왕을 차지했고 ‘명언 릴레이’로 선수단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냈다. 외야수 박건우, 내야수 박민우도 베테랑으로서 비판은 짊어졌고 젊은 선수단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선배들의 우산 아래에서 보호를 받으며 패기로 팀을 끌어올린 젊은 선수들도 올해 NC의 여정에 힘을 보탰다.
올해의 발견이라고 불릴 선수들이 여럿이다. 포수 김형준(24)과 유격수 김주원(21)이 대표적이다. 김주원은 올해 주전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127경기 타율 2할3푼3리(403타수 94안타) 10홈런 15도루 OPS .668의 성적을 남겼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거포 유격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볼넷(44개) 대비 많은 삼진(106개)은 아직 약점이지만 이를 인지하고 극복을 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30개의 실책을 범하며 불안감을 노출했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감을 찾았고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여유있게 팀의 내야를 책임졌다.
무엇보다 두 선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굵직한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한 뼘 더 성장했다. 이구동성으로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뒤 성장했고 여유가 생겼다”라고 칭찬했다. 불안했던 김주원의 수비는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이후 한결 부드러워졌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긴장하는 기색 없이 내야진을 지킨 이유도 아시안게임 경험 덕분이었다.
김형준 역시 부담백배의 국제대회 무대에서 젊은 투수진을 흔들림 없이 이끌며 양의지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안방마님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시즌이 끝나고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며 차기 국가대표 내야 사령관과 안방마님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까지 얻었기에 NC는 향후 10년 동안 끊김 없이 팀의 척추를 책임질 수 있는 센터라인을 구축했다.
FA를 앞둔 선수들이 비FA 다년계약을 맺는 사례가 최근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FA 시장에서 경쟁 없이 입도선매 하면서 팀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구단의 인정을 받고 FA에 준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향후 선수생활의 안정감을 조금 일찍 얻을 수 있다.
NC는 이미 비FA 다년계약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좌완 에이스 구창모와 6+1년 최대 132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은 다소 복잡하다. 2023년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FA 자격 취득 기간이 달라지는 것을 고려해 두 가지 경우로 나눴다. 2024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다면 계약기간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으로 연봉 90억 원, 인센티브 35억 원으로 총액 125억 원 규모가 된다. 만약 2024시즌이 끝나고 FA가 안 될 경우에는 계약기간은 6+1년으로 2029년까지가 된다. 6년 보장 연봉 88억 원, 인센티브 및 7년차 계약 실행 조건을 포함하면 총액 132억 원까지 늘어나는 조건이었다. 군 입대시에는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조항까지 포함됐다.
결국 구창모는 2023시즌, 다시 한 번 척골 피로골절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당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18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면서 팀을 잠시 떠났다. 구창모와 비FA 다년계약은 복잡한 조건으로 시작했고 첫 시즌의 성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김주원과 김형준은 모두 야수이기에 구창모와 다른 사례다. 리그 전체적으로 유망한 선수가 부족한 포지션이기에 향후 FA 시장에 열리게 되면 머니싸움이 불가피한 자원들이다. NC로서는 이들을 일찌감치 붙잡을 여력이 있다면 붙잡는 게 맞다.
다만, 당장은 아니다. NC는 올해 연봉 상위 40명의 총액이 100억 8812만 원이었다. 샐러리캡(114억 2638만원) 상한에 13억 3826만 원이 적었다. 빡빡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여유 있는 수준은 아니다. 올해 FA 시장에서도 일찌감치 발을 뺐다. 당장 다년계약을 안겨줄 여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