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의 가치는 연봉으로 직결된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는 내년 선발 라인업이 모두 억대 연봉자가 된다.
LG는 한국시리즈 1~5차전 라인업이 똑같았다. 홍창기-박해민-김현수-오스틴-오지환-문보경-박동원-문성주-신민재의 동일한 라인업으로 5경기를 치렀다. 8번 문성주(연봉 9500만원)와 9번 신민재(연봉 4800만원)만이 억대 연봉자가 아니었다. 통합 우승을 이룬 LG는 주전들의 두둑한 연봉 인상이 예고돼 있다.
지난해 500만원 차이로 억대 연봉이 되지 못한 문성주는 데뷔 첫 억대 연봉이 된다. 2018년 2차 10라운드 전체 97순위로 입단한 문성주는 하위 라운드 성공기를 만들었다. 지난해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3할 타율(.303)과 100안타에 1개 모자란 99안타를 기록한 문성주는 올해는 136경기에서 규정 타석을 채우고 타율 2할9푼4리(449타수 132안타) 2홈런 57타점 77득점을 기록했다.
대주자와 대수비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깜짝 활약으로 주전 2루수가 된 신민재는 10년차에 억대 연봉을 앞두고 있다. 2루 고민을 해결한 덕분에 재계약 협상에서 억대 연봉으로 인상됐다.
2015년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신민재는 2017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로 이적했다. 2018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신민재는 2019년 1군에 데뷔했다. 이후 대주자, 대수비로 뛰었다. 2021년 32경기, 2022년 14경기 출장에 그쳤던 신민재는 염경엽 감독이 부임하면서 대주자로 눈도장을 받고서 1군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다. 대주자 역할을 넘어서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서 주전 2루수를 차지했다.
신민재는 122경기에서 타율 2할7푼7리(282타수 78안타) 28타점 47득점 37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하면서 도루경쟁에서 두산 정수빈(39개)에 역전 당하면서 타이틀이 무산됐다.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는 내년에도 최강 전력으로 꼽힌다. 올해 주전이 그대로 내년으로 이어지는 '전원 억대 연봉' 선발 라인업은 리그 최고로 평가받는다. 선발 라인업에 FA 4명(박해민, 김현수, 오지환, 박동원)과 비FA 4명 그리고 외국인 타자 1명이다. 젊은 축에 속하는 문보경, 문성주, 신민재가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으면서 신구 조화가 좋다.
올해 KT와 SSG가 주전 라인업이 모두 연봉 1억 원을 넘었다. 그러나 최상의 전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KT는 내야진이 박병호, 박경수, 김상수, 황재균으로 30대 후반 선수들이었다. 체력적인 부분, 잔부상 약점이 있었다. 그리고 지명타자 강백호가 부상과 심리적 문제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면서, 문상철(연봉 5600만 원)이 주전 지명타자 역할을 했다.
SSG는 1루수 오태곤(연봉 1억 원)을 마지막으로 주전 전원이 억대 연봉이었다. 그러나 포수 김민식을 비롯해 오태곤, 2루수 최주환, 유격수 박성한, 중견수 최지훈 등의 공격력이 약했다. 시즌 후 고액 연봉자 최주환을 보호선수에서 풀어, 2차 드래프트에서 키움으로 이적했다.
두산은 외야수 조수행(연봉 7800만 원) 한 명이 억대 연봉이 아니었다. 키움, 한화, NC, 롯데, 삼성, KIA는 주전 라인업에서 최소 2명 이상이 연봉 1억원 미만 선수들이 포함돼 있었다.
LG는 선발 라인업이 모두 억대 연봉자가 되지만, 샐러리캡 제도에는 웃을 수 없을 전망이다.
KBO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했다. 2021~2022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소속선수 중 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의 금액을 합산한 10개 구단의 연평균 금액의 120%인 114억 2638만원이 샐러리캡 상한액으로 확정됐다. 이 상한액은 2023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3년간 유지된다. 이후 샐러리캡 상한액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재논의 하기로 했다.
KBO는 지난 20일 샐러리캡에 적용되는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을 발표했다. 샐러리캡 상한액을 초과한 구단은 한 팀도 없었다. 그러나 샐러리캡의 95% 이상 소진한 팀이 5개나 됐다. 두산이 111억 8175만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2위는 SSG가 108억 4647만원, LG는 107억 9750만원으로 3번째로 많았다.
LG는 올해 샐러리캡 약 95%를 소진하면서 남은 금액이 6억 2888만원이었다. 내년에는 샐러리캡 상한액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LG는 21일 오지환과 임찬규의 FA 계약을 발표했다. 오지환은 6년 최대 124억원(계약금 50억원, 연봉 총액 50억원, 옵션 24억원)에 2번째 FA 계약을 했다. 오지환의 새로운 계약으로 내년 오지환 연봉+연평균 계약금으로 최소 4~5억원은 늘어난다.
임찬규는 4년 최대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옵션 24억원)에 계약했다. 임찬규는 올해 연봉 1억 7000만원이었다. 연봉, 연평균 계약금, 옵션까지 최소 6~8억원은 추가된다.
방출, 트레이드 등으로 팀을 떠난 고액 연봉 선수들도 있지만,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재계약 대상자들의 연봉 인상분이 있다. 아직 FA 함덕주, 김민성과의 계약도 남아 있다. 차명석 단장은 샐러리캡 상한액에 대해 "구단 운영 방향은 샐러리캡을 안 넘는 것이 제일 좋죠. 그러나 샐러리캡 때문에 성적을 안 낼수는 없다. 5년간 포스트시즌을 가고, 결국 우승까지 했다. 지금 샐러리캡 구조에서 어쩔 수 없이 넘긴다면 넘길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2번 연속은 안 넘어가게끔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