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71)는 지난달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단장 미팅에 모습을 드러내며 취재진의 관심을 받았다. 보라스는 자신의 고객들에 대해 적극 홍보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과 연관된 보라스의 고객만 3명이었다.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에릭 페디(30·시카고 화이트삭스) 그리고 류현진(36)이다. 이정후와 페디는 보라스의 자신한 대로 특급 계약을 했다.
먼저 이정후에 대해 보라스는 “리그의 절반 가까운 팀들이 이미 이정후에 대해 연락을 해왔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를 데려왔다. 이정후의 공을 맞히는 기술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며 “수비에서도 중견수 프리미엄이 있고, 파워까지 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K팝을 가져올 것이다”고 자신했다.
보라스는 1년 전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의 에이전트를 맡아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 계약을 이끌어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타자 중 최고액 계약을 따냈다. 그런 요시다를 예로 들며 이정후의 대형 계약을 자신했고,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와 지난 15일 6년 1억13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요시다를 넘어 아시아 타자 최고 대우로 빅리그에 입성했다.
페디에 대해서도 보라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FA다. 모두가 그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도 곧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9일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 합의 소식이 알려졌고, 14일 구단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메이저리그도 투수난에 허덕이고 있고, KBO리그에서 반등한 페디를 두고 경쟁이 붙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 조건으로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높은 연평균 금액을 받고 미국에 돌아갔다.
이정후와 페디가 성공적인 계약으로 행선지를 결정한 가운데 이제 류현진의 거취에 관심이 향한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 복귀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보라스는 단장 미팅 때 류현진과 관련해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내년에도 한국이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투구를 할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류현진은 FA 신분으로 시장에 남아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 주목할 만한 FA로 종종 거론되고 있지만 어느 팀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루머는 없다. 친정팀 한화는 류현진의 결심만 서면 최고 대우를 할 준비가 돼 복귀 가능성도 있다.
당초 류현진은 연내로 메이저리그 잔류와 국내 복귀, 큰 틀에서의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한화의 오프시즌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길게 시간 끌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FA 투수 최대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좀처럼 행선지를 결정하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투수 시장이 더디게 흘러가고 있고, 류현진도 1월초로 결정 시한을 조금 더 미뤘다. 한화에선 “오기만 한다면 시기는 언제든지 좋다”는 입장이라 류현진의 거취 결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메이저리그 FA 투수들의 시세가 치솟으면서 류현진도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 계약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빈말을 하지 않는 보라스가 자신한 만큼 메이저리그 수요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류현진은 가족의 거주 환경을 위해 대도시 연고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선 시즌 중 주축 선수를 트레이드하지 않을 경쟁력 있는 팀에 있어야 한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만큼 류현진의 결정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