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도 선수도 서로 '윈-윈'을 바라는 계약이다. 구단은 보장 금액이 적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안정장치가 마련됐다. 선수는 총액을 늘려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확실한 동기부여를 만들었다.
LG 트윈스는 21일 "프리에이전트(FA) 임찬규 선수와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임찬규는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1시즌 동안 LG에서 뛰며 통산 298경기(1075⅔이닝) 65승 72패 8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2023시즌에는 중간 투수로 시즌을 시작해 팀이 어려운 시기에 선발로 자리를 잡아주었고, 14승으로 리그 국내 투수 중 최다승(전체 3위)을 기록했다.
LG 구단은 "임찬규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꼭 필요한 선수이다. 긍정적인 영향으로 팀의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며 팀이 통합우승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본인 성적 뿐 아니라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다"고 밝혔다.
계약을 마친 임찬규는 "엘린이 출신으로서 자랑스러운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어서 기쁘다.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LG 트윈스 선수로 남고 싶었는데 좋은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이번 시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팬들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팬들이 항상 웃을 수 있도록 내년, 내후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계약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50억' 대박 계약이다. 그런데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서 보장금액은 26억원, 옵션이 절반에 24억원이다. 옵션 조건이 아주 널널하다면 선수에게 부담이 없겠지만, 선수가 불리한 이례적인 계약이다. 그런데 차명석 단장도, 임찬규의 에이전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도 만족하는 계약이라고 밝혔다.
■ 이예랑 에이전트
임찬규의 에이전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는 계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선수가 얘기한 대로 보장을 낮추고, 옵션을 더 많이 한 것이다. 처음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래서 계약 연수 얘기도 나오고 했는데, 천편일률적인 계약보다는 선수마다 성향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FA 시장 초기에 임찬규와 관련된 루머가 많았다. 타 구단에서 얼마를 제시했다. LG에 얼마를 요구했다 등 아직 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뜬소문이 돌았다. 이예랑 대표는 "사실 오해 중 하나가 '타구단과 얘기가 있었다'는 거였다. 처음부터 한 번도 그런 얘기도 안 했고, 더구나 사실 LG랑 단독 협상으로 한 것이다"고 처음부터 임찬규는 다른 팀으로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협상을 이어가면서 임찬규측과 차명석 단장은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예랑 대표는 "그러다가 이런 아이디어까지 나오게 된 거고, 사실 구단에서 처음 제시해 주셨던 보장 금액보다 저희가 더 낮췄다. 대신에 총액을 (옵션으로) 올렸다. 그리고 임찬규 선수도 자기가 건강하게 잘 뛰어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저에게 얘기했다. 선수가 원하는 계약을 에이전트는 진행해야 한다. 임찬규 선수의 그런 모습이 굉장히 멋지고 좋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 차명석 단장
차명석 단장은 전날 20일 올 시즌 마지막 유튜브 라이브에서 FA 협상에 대해 "거의 합의를 본 선수가 있다. 조만간 바로 내용을 전할 수 있을 듯 하다. 최종적으로 합의할 것이 몇 개 남았다. 한 선수는 거의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찬규가 그 주인공이었다.
마지막으로 몇 개 남았다는 것이 옵션 관련 내용으로 보인다. 차 단장은 계약 발표 후 "이예랑 대표랑 얘기가 선수측은 총 금액을 좀 높였으면 하고, 우리는 안전장치를 했으면 하고 이게 맞아떨어져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옵션은 매년 어느 기준 수치를 채우면 받아가는 조건이다. 차 단장은 "옵션은 매년 달성하면 주는 방식이다. 선수가 자신있게 하겠다고, 잘 하겠다고 하니까 믿고 해줬다. 올 시즌 정도만 하면 충분히 받아갈 수 있다"고 옵션을 늘리면서 총액 규모를 50억원까지 높여준 것을 설명했다.
임찬규의 올해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30경기(26선발)에 등판해 144⅔이닝을 던지며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다승 3위(14승), 승률 2위(.824)에 오르며 커리어 하이 성적을 냈다.
그런데 임찬규는 꾸준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최근 4년 성적을 보면, 2020년 27경기에서 10승 9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이후 2년간은 부진했다. 2021년 17경기(90⅔이닝)에서 1승 8패 평균자책점 3.87에 그쳤다. 2022년에는 23경기(103⅔이닝)에서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부진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으나 포기하고, FA 재수를 선택했다.
올해는 대반전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의 보직을 롱릴리프로 시작했다.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 등 젊은 신예들이 3~5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선발 투수들이 4월부터 부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임찬규를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임찬규는 4월말부터 선발 투수로 로테이션을 돌면서 11시즌 만에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임찬규는 올 시즌 선발 투수로서 새로운 눈을 떴다. 염경엽 감독의 조언으로 자신의 직구에 대한 자신감과 활용도가 높아졌고,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섞어 피칭 디자인이 달라졌다. 내년에도 올해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그렇기에 옵션이 50% 가까이 되는 계약을 자신있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보장 금액을 낮추고, 옵션을 늘려달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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