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FA 투수 장민재(33)를 붙잡았다.
한화는 21일 장민재와 2+1년 총액 8억원에 계약했다. 계약 세부 내용은 2년 보장 4억원에 옵션 1억원, 향후 1년간 연봉 2억원에 옵션 1억원이다.
한화 구단은 '장민재는 한화이글스 원클럽맨으로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며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온 베테랑이다. 장민재의 훌륭한 제구력을 기반으로 한 경기운영 능력과 긴 이닝 소화 능력이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FA 계약을 맺게 됐다'며 '경기 외적으로도 장민재의 팀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 등이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계약 배경을 밝혔다.
장민재는 계약 후 "내년 시즌에도 한화 이글스와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항상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시는 우리 팬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장민재는 "우리 팀에는 젊고 가능성 있는 후배들이 많은데 그런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베테랑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경기장 안에서는 팀이 필요한 상황에 언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프로 데뷔 후 15년차에 첫 FA 자격을 얻은 장민재는 보상선수가 필요하지 않은 C등급으로 시장에 나왔다. 다른 팀으로 이적시 올해 연봉(1억1500만원)의 150%에 해당하는 1억7250만원 보상금이 발생한다. A~B등급 FA들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지만 샐러리캡 초과 위기에 놓인 구단들이 많아 FA 시장이 경색됐고, 장민재도 지난달 18일 FA 개장 이후 한 달 넘게 미계약 신분으로 남았다.
원소속팀 한화는 일찌감치 장민재에게 오퍼를 했고, 그의 선택을 천천히 기다렸다.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둘러보면서도 한화와 연결의 끈을 놓지 않았다. 15년 몸담은 한화를 떠날 생각이 크지 않았다. 한화는 유선상으로 장민재 측과 계속 연락했고, 계약 기간을 비롯해 큰 틀에서 합의를 봤다. 21일 세부적인 조건을 조율하면서 도장을 찍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2차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장민재는 팀에 몇 안 남은 원클럽맨이다. 올해까지 1군에서 통산 287경기(113선발·751⅓이닝) 34승53패4홀드 평균자책점 5.19 탈삼진 507개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아니지만 선발과 구원 보직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투수로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묵묵히 던져왔다.
직구 평균 구속은 135km로 빠르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와 공격적인 승부가 돋보이는 투수. 주무기 포크볼이 위력적이다. 지난해 32경기(25선발·126⅔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55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25경기(13선발·69이닝) 3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4.83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시즌 첫 8경기(42⅓이닝)에선 2승3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호투하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켰지만 5월초 외조모상을 겪은 뒤 마음 고생으로 체중이 크게 빠지며 페이스가 꺾였다. 이후 두 차례 2군에 다녀오며 조정의 시간을 거친 장민재는 9월 이후 구원으로 살아났다. 12경기(12이닝)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불펜에 힘을 보탰다.
현재 한화 소속 선수 중 가장 오랫동안 팀에 몸담고 있는 장민재는 팀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큰 선수. 한화 출신으로 절친한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겨울에 훈련할 때마다 한화 후배 투수들을 데리고 갈 정도로 팀 전체의 발전을 원한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장민재의 가치를 한화도 필요로 했다. 대체 선발이나 5선발, 롱릴리프로 모두 쓸 수 있는 장민재의 다양한 활용 가치도 인정했다.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로써 한화는 13년째 내부 FA 유출을 막았다. 어느 팀과도 계약을 하지 못한 2006년 차명주, 2011년 최영필과 이도형을 제외하면 이날 장민재까지 32명 중 30명과 FA 재계약을 했다. 다른 팀에 빼앗긴 내부 FA는 2004년 이상목(롯데 이적), 2011년 이범호(KIA 이적) 2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