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투수 장민재(33)가 한화 이글스와 동행을 이어간다.
한화는 21일 장민재를 직접 만나 세부적인 사항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계약 기간은 3년으로 합의한 가운데 옵션 포함 계약 총액을 결정하는 대로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은 장민재는 보상선수가 필요하지 않은 C등급이다. 다른 팀으로 이적시 올해 연봉(1억1500만원)의 150%에 해당하는 1억7250만원 보상금이 발생한다. A~B등급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지만 샐러리캡 초과 위기에 놓인 구단들이 많아 전체적인 FA 시장이 경색됐고, 장민재도 한 달 넘게 자유의 몸으로 시장에 남았다.
원소속팀 한화는 지난달 18일 FA 개장 이후 합리적인 선에서 일찌감치 오퍼를 했고, 장민재의 결정을 서두르지 않고 기다렸다. 지난달 30일 두산 양석환(4+2년 최대 78억원)이 계약한 뒤 3주 넘게 FA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고, 한화는 유선상으로 장민재 측과 계속 연락하며 계약 기간을 비롯해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뤘다.
첫 FA이다 보니 결정에 시간이 걸렸지만 장민재도 15년 몸담은 한화를 떠날 생각이 크지 않았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2차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장민재는 올해까지 1군에서 통산 287경기(113선발·751⅓이닝) 34승53패4홀드 평균자책점 5.19 탈삼진 507개의 성적을 남겼다.
눈에 띄는 아니지만 선발과 구원 보직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투수로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묵묵히 던졌다. 직구 평균 구속은 135km로 빠르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와 공격적인 승부가 돋보이는 투수. 주무기 포크볼이 위력적이이다. 지난해 32경기(25선발·126⅔이닝) 7승8패 평균자책점 3.55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25경기(13선발·69이닝) 3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4.83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시즌 첫 8경기(42⅓이닝)에선 2승3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호투하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켰지만 5월초 외조모상을 겪은 뒤 마음 고생으로 체중이 크게 빠지며 페이스가 꺾였다.
이후 두 차례 2군에 다녀오며 조정의 시간을 거친 장민재는 9월 이후 구원으로 살아났다. 12경기(12이닝)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불펜에 힘을 보탰다.
현재 한화 소속 선수 중 가장 오랫동안 팀에 몸담고 있는 장민재는 팀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큰 선수. 한화 출신으로 절친한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겨울에 훈련할 때마다 한화 후배 투수들을 데리고 갈 정도로 팀 전체의 발전을 원한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장민재의 가치를 한화도 필요로 했다. 대체 선발이나 5선발, 롱릴리프로 모두 쓸 수 있는 장민재의 다양한 활용 가치도 인정했다.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한화는 지금까지 내부 FA 선수들을 거의 다 잡았다. 어느 팀과도 계약을 하지 못한 2006년 차명주, 2011년 최영필과 이도형을 제외하면 31명 중 29명과 FA 재계약을 했다. 다른 팀에 빼앗긴 내부 FA는 2004년 이상목(롯데 이적), 2011년 이범호(KIA 이적) 2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내부 FA 투수 장시환을 3년 9억3000만원에 재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