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특급 대우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정후(25)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입단식에서 현지 취재진으로부터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 관련 질문을 받곤 당황한 듯 머뭇거렸다. 기자회견 내내 막힘 없이 말한 이정후이지만 오타니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19일 인천국제공강 귀국 후 인터뷰에서도 이정후는 오타니에 대해 “내가 견줄 수 없다. 오타니 선수는 전 세계적으로 야구를 제일 잘한다. 난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사실 비교도 안 된다. 계약 금액도 그렇다”며 “너무 비교해주시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부담스러워했다.
이제 빅리그 출발선에 선 이정후를 오타니에 비교할 순 없지만 일련의 상황이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오래된 라이벌 관계로 오타니 FA 영입전에서 한 번 붙었다. 다저스가 10년 7억 달러에 오타니를 데려가자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6년 1억1300만 달러를 안기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SF게이트’는 지난 20일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가 한국 슈퍼스타 이정후를 영입한 것은 오타니 영입 실패 이후 팬들의 분노와 절망감을 덜어주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이정후와 오타니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인 상승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이정후 영입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는 수십 년 동안 제대로 된 FA 타자를 영입하지 못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매년 겨울마다 이름은 바뀌지만 경쟁적이지 않은 제안으로 선수를 떠나보낸 샌프란시스코 방식은 그대로였다. 오타니 영입 실패 이후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 자이언츠 팬을 찾기 어려웠지만 이정후와 계약은 어둡고 우울한 풍경에서 한줄기 빛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SF게이트는 ‘이정후 계약은 (지난 겨울 영입한) 마이클 콘포토(2년 3600만 달러), 미치 해니거(3년 4350만 달러)와 다르다. 그 선수들에게 악의는 없지만 시장에서 구애자가 넘쳐나진 않았다. 이번에는 이정후 영입을 위해 경쟁을 벌였고, 결국 영입에 성공했다. 오버 페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스타 파워에 목마른 팀 사정상 꼭 필요한 영입이라고 했다.
나아가 SF게이트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를 택하며 팀 분위기를 바꿔준 것에 맞춰 구단도 전력 보강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했다. 우승 경쟁을 하기 위해선 여전히 투타에서 전력 보강이 필요하며 현재 FA 시장에 남아있는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브레이크 스넬, 3루수 맷 채프먼, 외야수·1루수 코디 벨린저 등을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F게이트는 ‘이정후는 훌륭한 영입이었지만 이번 겨울 그걸로 끝나선 안 된다. 여전히 샌프란시스코는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경쟁을 원한다면 지출을 해야 한다. 티켓을 팔고 싶다면 지출을 해야 한다’며 ‘이정후 영입으로 필요한 일은 한 샌프란시스코는 팬들의 호의를 얻었지만 불안한 팬층은 단 한 번의 대형 영입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고 추가 전력 보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강팀에서 뛰고 싶어 한다. 오타니는 7억 달러 계약의 97.1%에 해당하는 6억8000만 달러를 추후 지급받는 디퍼를 넣으면서 구단의 전력 보강을 약속받았다. 이에 다저스는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특급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영입했다. 바로 다음날 5년 1억36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안기면서 장기적으로 선발진 보강에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도 이런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 이정후에 이어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영입 2탄은 누가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