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체중 감량을 하고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그 누구보다 절치부심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인센티브가 절반이 넘는 FA 계약의 시작은 굴욕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한현희(30)는 2024년에 달라질 수 있을까.
한현희는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셋업맨이었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현 키움)에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해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잠수함 투수로 맹위를 떨쳤다. 2013년 (23홀드), 2014년(31홀드)로 2년 연속 홀드왕에 오르기도 했다. 2015년과 2018년에는 각각 11승 씩을 올리면서 선발 투수로서 나름의 가능성까지 비췄다. 2022시즌까지 416경기 65승43패 8세이브 105홀드 평균자책점 4.26.
그러나 전체적으로 한현희의 커리어는 내리막이었다. 2021년에는 방역수칙 위반 모임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 하차까지 했다. 지난해 21경기 6승4패 평균자책점 4.75의 성적을 거둔 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도 외면을 받았다.
결국 제대로 된 어필조차 하지 못한 채 2022년이 끝나고 FA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한현희는 인기가 없었다. 아직 젊고 최고점이 명확했던 선수였기에 관심을 가질 법 했지만 FA 시즌의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고향팀 롯데가 전격 영입했다. 이미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을 영입했던 롯데는 한현희의 영입으로 FA 시장을 지배했고 윈나우 의지를 제대로 떨쳤다.
3+1년 40억 원의 계약이었다. 그러나 40억 계약 중 보장 금액은 18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15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금액 22억 원이 모두 인센티브다. 인센티브 비중은 55%에 달한다. 여기에 첫 3년 계약 동안 일정 조건을 채운다면 옵트아웃을 선언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됐다. 사실상 3+1년 계약이었고 한현희가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계약 규모가 40억 원까지 늘어나는 계약이었다.
롯데는 한현희라는 자원을 추가하면서 최근 커리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반대로 한현희 입장에서는 동기부여의 요소가 가득했다. 인센티브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보통의 활약만 펼쳐서는 안됐다. 한현희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야만 인센티브를 달성할 수 있는 빡빡한 조건이었다.
한현희는 고향팀으로 돌아오면서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조련했다. 계약을 맺지 않았던 시점부터 스프링캠프까지, 한현희는 훈련으로 모든 시간을 채웠다. 말 그대로 독하게 훈련했다. “정말 독하게 했다. 잘 해도 만족이 안될 것 같다”라면서 올 시즌은 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고 한현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독하게 준비했던 과정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후 불펜까지 오가면서 나름 궂은일을 담당했다. 그러나 38경기(18선발) 6승1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5(104이닝 63자책점)에 그쳤다. 올해 리그 최다패 투수의 불명예를 겪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4선발로 꼽혔던 이인복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초중반 이탈이 확정된 상황에서 전천후 자원인 한현희의 영입은 천군만마와 같았다. 4월 한 달 동안은 불운이 따르면서 부진했지만 5월 한 달 동안 선발로 4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1.64(22이닝 4자책점)으로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6월 들어서 다시 흔들렸고 이인복의 복귀와 함께 불펜으로 이동했다. 불펜에서도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기부터는 대체 선발과 불펜을 오가야 했다. FA 투수였지만 입지를 굳히지 못했고 불안했다. 선발로 18경기 4승10패 평균자책점 5.11, 불펜으로는 20경기 2승2패 3홀드 평균자책점 7.13의 성적에 그쳤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확신을 심어줄만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신임 김태형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도 한현희의 적절한 활용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사실상 5선발로 확정된 채 스프링캠프에 돌입했고 시즌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찰리 반즈와 애런 윌커슨의 외국인 원투펀치에 박세웅 나균안까지는 어느 정도 확정됐다. 그러나 5선발은 다시 경쟁이다. 역시 절치부심하고 있는 이인복과 지난해 후반기 좌완 선발로 가능성을 비춘 심재민 등과 경쟁해야 한다. 불펜으로 간다면 셋업맨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중요한 상황을 맡기기에는 불안감이 더 크다. 경험은 풍부하지만 현재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
한현희 개인을 위해서라도 2024년은 절실하다. 2023년의 기록이라면 인센티브 대다수가 증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현희 개인의 명예도 다시 한 번 실추됐다. 롯데 입장에서도 투자의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한현희의 활약이 중요하다. 한현희와 롯데 모두에게 놓칠 수 없는 2024년이 다가오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