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보험용’ 외국인 투수였던 좌완 토마스 파노니(29)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선다.
미국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파노니가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시 8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다’며 초청선수로 내년 컵스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노니는 KIA의 보류선수명단에 포함돼 있다. 재계약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KIA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를 제외하면서 ‘보험용’으로 파노니를 묶어두고 새로운 투수 2명을 물색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아직 1명도 계약하지 못한 상황이다.
KIA로선 한국에서 2년을 경험했고, 안정성이 있는 파노니와 동행을 고려할 만했다. 그런 상황에서 파노니가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택하며 먼저 거취를 결정했다. 12월 중순이 지나도록 미계약 상태로 남자 KIA와 재계약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야 8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빅리그 콜업 없이 마이너리그에 남는다면 수입은 훨씬 적어진다. KIA에 남았다면 금전적으로 더 좋고, 안정된 환경에서 던질 수 있었겠지만 파노니는 더 이상 KIA를 기다리지 않았다.
이로써 파노니는 KIA와 두 번째 이별을 하게 됐다. 지난해 6월말 대체 선수로 연봉 30만 달러(이적료 별도)에 KIA와 계약한 파노니는 14경기(82⅔이닝) 3승4패 평균자책점 2.72 탈삼진 73개로 준수하게 활약하며 KIA의 5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2km로 빠르지 않지만 키킹시 한 번 멈추는 디딤 동작으로 까다로운 디셉션과 안정된 커맨드로 호투했다.
시즌 후 보류선수명단에 포함됐지만 KIA는 구위형 투수를 찾아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를 영입했다. 이후 KIA는 파노니의 보류권을 풀었지만 KBO 다른 팀에서 찾지 않았다. 결국 밀워키 브루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면서 미국에 돌아갔다.
밀워키 산하 트리플A 내슈빌 사운즈에서 파노니는 11경기(9선발·53⅓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2.70 탈삼진 50개로 활약했다. 6월말 빅리그 콜업을 받아 7월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4년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가졌다. 이날 6회 구원으로 나서 2⅔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 홀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양도 지명(DFA) 처리된 파노니는 방출 절차를 밟고 KIA로 복귀했다. 앤더슨과 메디나를 모두 방출한 KIA가 대체자로 KBO리그 경험이 있는 파노니를 찾았고, 7월초 연봉 35만 달러에 재영입했다. 파노니는 지난 7월12일 광주 삼성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뒤 재계약 불발을 떠올리며 “재계약할 만한 성적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섭섭했다. 그래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다시 돌아와서 좋다”고 말했다.
2년 연속 대체 선수로 시즌 중 KIA에 합류한 파노니는 16경기(82⅓이닝) 6승3패 평균자책점 4.26 탈삼진 66개를 기록했다. 한층 더 날카로워진 커터를 앞세워 8월까지 첫 8경기에선 3승1패 평균자책점 3.18로 호투했지만 9월 이후 8경기에선 3승2패 평균자책점 5.59로 좋지 않았다. 갈수록 투구 내용이 흔들려 KIA로선 파노니와 재계약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보류권을 유지하면서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것은 구단의 권리다. 애매한 성적을 거둔 선수의 경우 재계약 협상에 있어 대부분 구단이 주도권을 쥐지만 선수에게도 먼저 거취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KIA와의 관계를 먼저 끊은 파노니가 그것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