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 LA 다저스 유니폼을 이븐 타일러 글래스노우(30)에겐 FA가 필요 없었다. 다저스에서 연장 계약을 제시하자 고민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글래스노우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AP통신’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내가 꿈꿔온 팀에서 뛰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다저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팀이었고, 평생 가고 싶었던 곳이다. 나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높이 평가를 해준 다저스에 정말 감사하다. 이제 집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글래스노우는 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32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자랐다. 다저스가 그에겐 ‘고향팀’이다. 지난 2011년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152순위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지명된 뒤 2016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2018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8시즌 통산 성적은 127경기(88선발·529⅔이닝) 30승27패 평균자책점 3.89 탈삼진 678개. 매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규정이닝 시즌이 한 번도 없지만 203cm 장신에서 평균 96.4마일(155.1km) 포심 패스트볼로 강력한 구위를 자랑한다. 올해 21경기에서 개인 최다 120이닝을 던지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3.53 탈삼진 162개로 활약했다. 두 자릿수 승수도 처음.
‘FA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를 10년 7억 달러에 영입한 다저스는 곧바로 선발투수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 시장에서 글래스노우를 데려왔다. 유망주 투수 라이언 페피엇과 외야수 조니 델루카를 탬파베이에 내주며 글래스노우와 외야수 마누엘 마고를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바로 다음날 다저스는 글래스노우에게 5년 1억36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안겼다.
당초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가 될 예정이었던 글래스노우는 다저스의 제안을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계약금 1000만 달러로 연봉은 2024년 1500만 달러, 2025~2027년 각각 3000만 달러를 받는다. 2028년 3000만 달러 팀 옵션이 거절될 경우 2150만 달러 선수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을 마쳤다.
2019년부터 매년 팔꿈치 부상에 시달린 글래스노우는 2021년 8월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올해도 내복사근 염좌로 5월말에야 시즌을 시작했다. 부상 리스크가 있지만 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은 “우리 의료진은 그의 몸 상태가 다시 도약하기에 좋은 상태라고 봤다”며 글래스노우의 건강을 자신했다.
다저스와 연장 계약도 ‘대박’ 수준이지만 최근 FA 시장 분위기를 보면 1년 뒤 더 좋은 조건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글래스노우는 “연장 계약을 하지 않을 때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돈을 버는 게 목표였던 적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삶을 사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다저스의 제안은 내게 충분한 돈이었다. 그 돈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내가 있는 곳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릴 적 글래스노우는 다저스 경기를 보기 위해 자주 다저스타디움을 찾았다. 그 중에서 최고 투수 클레이튼 커쇼를 동경했다. FA 커쇼가 다저스에 남는다면 우상과 한 팀에서 뛰는 꿈을 이루게 되는 글래스노우는 “어릴 때 다저스타디움 관중석에서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을 보며 ‘난 내일 학교 가야 하는데 너희들은 야구를 하네’라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야 모든 것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다저스 선수로 홈에서 선발등판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