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의 7전 전승 우승에 힘을 보탠 ‘일본 퍼펙트맨’ 사사키 로키(22)는 지난 16일 소속팀 지바 롯데 마린스로부터 메이저리그 포스팅 불가 통보를 받았다. 지난 10일 사사키가 구단에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전한 것이 알려졌지만 NPB 포스팅 신청 마감일이었던 지난 15일 지바 롯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요시이 마사토 지바 롯데 감독은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기상조’라고 봤다. 지난 18일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요시이 감독은 “사사키가 입단할 때부터 머지않아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한 것으로 들었다. 요즘은 어떤 생각인지 직접 듣진 못했다”며 “나라면 구단에 조금 더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고교 3학년 때 최고 163km 광속구를 뿌리며 ‘레이와의 괴물’로 뜬 사사키는 2019년 드래프트에서 4개 팀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바 롯데는 사사키 5년 육성 계획을 세워 2020년 입단 첫 해에는 1~2군 경기 모두 내보내지 않고 철저하게 몸부터 트레이닝시키며 특별 관리했다.
2021년 1군 첫 해 11경기(63⅓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2.27 탈삼진 68개로 데뷔한 사사키는 2022년 20경기(129⅓이닝) 9승4패 평균자책점 2.02 탈삼진 173개로 잠재력을 폭발했다. 특히 4월10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서 9이닝 19탈삼진 무실점으로 일본 역대 최연소(20세5개월)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다. 한 경기 19탈삼진은 일본 신기록, 13타자 연속 탈삼진은 세계 신기록이었다.
올해 3월에는 일본 WBC 대표팀에 발탁돼 세계 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조별리그 체코전(3⅔이닝 1실점 무자책 승리), 준결승 멕시코전(4이닝 3실점)에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는데 최고 101.9마일(164.0km), 평균 100.5마일(161.7km)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낙차 큰 포크볼로 메이저리그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4월28일 오릭스전에선 165km 광속구를 던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2016년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기록한 역대 최고 구속과 타이를 이루며 성장세를 거듭했다. 15경기(91이닝) 7승4패 평균자책점 1.78 탈삼진 135개로 투구 퀄리티는 더 좋아졌지만 오른손 중지 물집, 내복사근 손상, 고열 증세로 3차례나 엔트리 말소되면서 규정이닝을 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프로에 입단한 지 이제 4년밖에 되지 않았고, 규정이닝 시즌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사사키의 포스팅 신청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나이 25세, 프로 6년차 미만 해외 선수의 경우 메이저리그 진출시 국제 아마추어 규정을 적용받아 계약금과 첫 3년간 연봉이 최저로 제한된다. 구단이 받을 포스팅 금액이 적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바 롯데가 사사키 포스팅을 더더욱 허락할 수 없었다. 현행 규정상 사사키가 지금 계약을 하면 지바 롯데는 계약금의 20%밖에 못 받는다.
오타니가 니혼햄에서 5년만 뛰고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조기 진출한 케이스가 있지만 당시에는 구단이 포스팅 상한액 2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규정이었다. 무엇보다 오타니의 투타 기여도가 워낙 높았다. 특히 2016년 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지바 롯데는 사사키 입단 후 아직 우승을 하지 못했다. 요시이 감독도 이런 맥락에서 사사키 포스팅과 관련해 “구단에 조금 더 보답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지바 롯데의 사사키 5년 육성 계획의 마지막 해다. 사사키가 빅리그 조기 진출을 이루고 싶다면 내년에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성적까지 신경써야 한다.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빅리그 진출로 오릭스의 전력 약화가 예상되는 만큼 퍼시픽리그 2위 지바 롯데에겐 우승 기회가 올 수 있다. 요시이 감독도 내년 사사키의 이닝을 150이닝으로 늘릴 계획을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