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것은 아닌데…”
롯데 자이언츠는 FA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내부 FA였던 전준우와 4년 최대 47억 원에 계약을 체결한 뒤 또 다른 내부 FA였던 안치홍은 잔류시키지 못했다. 안치홍은 한화와 4+2년 최대 72억 원에 계약하며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샐러리캡 문제가 눈앞에 닥치면서 롯데는 지출을 최소화 했고 사실상 현재 남아있는 외부 FA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FA 시장 말고는 비교적 활발하다. 2차 드래프트에서 안치홍의 공백을 채우고 내야진 뎁스를 보강할 수 있는 오선진과 최항을 각각 한화와 SSG에서 데려왔다. 이후 LG에 신인 지명권(2025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을 내주면서 베테랑 좌완 진해수(37)를 수혈했다.
아울러 지난 17일에는 외국인 선수 찰리 반즈를 잔류시키고 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영입하면서 좌완 투수 임준섭(34)의 영입도 발표했다. 지난 2012년 KIA 타이거즈의 전체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임준섭은 프로 통산 200경기 368⅓이닝 12승26패 10홀드 평균자책점 5.6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임준섭은 KIA에 입단한 뒤 2015년 7명이 오가는 4대3 트레이드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22시즌까지 활약한 뒤 방출 통보를 받았고 SSG 랜더스의 테스트를 거쳐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올해 SSG에서는 41경기 2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5.79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SSG의 방출 통보를 받았다. 롯데는 임준섭에게 손을 내밀었고 “임준섭의 마운드 운영 경헙과 안정적인 제구 등 좌완 투수로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라며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롯데는 진해수에 이어 임준섭까지, 올 겨울 베테랑 좌완 투수만 2명을 영입하게 됐다. 진해수는 KBO리그 대표 좌완 스페셜리스트였다. 통산 788경기 573⅓이닝을 소화하면서 통산 152홀드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50경기 이상 출장하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2017년 75경기 3승3패 1세이브 24홀드 평균자책점 3.93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홀드왕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20홀드, 2020년 22홀로 2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했고 당장 지난해에도 64경기 4승 12홀드 평균자책점 2.40으로 불펜에서 역할을 했다.
다만 올해는 중용 받지 못한 채 19경기 승패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3.68(14⅔이닝 6자책점) 12탈삼진 10볼넷의 기록을 남겼다.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끝까지 놓지 않고 27경기 1승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1.61를 기록했다.
롯데는 언제나 좌완 투수에 대한 갈증을 안고 있었다. 리그의 좌타자들이 늘어나면서 좌타자 잡는 좌완투수의 존재는 필수적으로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좌타자들도 좌투수에 적응하고 오히려 좌투수 공을 더 잘치는 좌타자들이 늘어나면서 ‘좌우놀이’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특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좌타자는 좌투수를 까다롭게 여길 수밖에 없다.
롯데는 좌투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대 좌타자들에게 불편함마저 주지 못했다. 구승민에 앞서 구단 최다 홀드 기록 보유자는 좌완 강영식이었지만 강영식을 제외하면 두각을 나타내는 좌투수가 없었다. 1군에 불러올릴 만한 좌투수 자체가 부족했고 그 중에서도 뛰어난 기량의 선수가 보이지 않자, ‘좌우놀이’에 연연하지 않고 우투수로 좌타자를 상대하려는 시도도 했다.
그럼에도 롯데는 여전히 좌타자에게 약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롯데는 좌타자들을 상대로 피안타율 2할8푼2리, 피OPS .766의 성적을 기록했다. 모두 리그 꼴찌였다. 좌타자들을 가장 많이 상대한 팀(11526타석)이었지만 좌타자들에게 약했고 변변한 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좌타자 상대가 어려웠다는 것은 기록으로도 확인됐다.
2022시즌 초반 김유영(현 LG), 2023시즌 초반 김진욱 등 좌투수들이 등장해서 스페셜리스트로 등장하는 듯 했지만 잠시 반짝거릴 뿐이었다. 시즌 내내 꾸준함이 유지되지 못했다. 올 시즌 중반에는 KT에 내야수 이호연을 내주고 좌완 심재민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여기에 올 겨울 진해수와 임준섭까지 모두 영입했다.
공교롭게도 3명의 좌완 투수들 모두 부산 출신이었다. 심재민은 김해 엔젤스 리틀야구단을 시작으로 개성중, 개성고를 나온 부산 경남 지역의 유망주였다. 진해수는 동삼초-경남중-부경고를 나온 부산 토박이. 임준섭은 부산 대연초-부산중-개성고를 나왔고 대학까지 부산 소재의 경성대를 졸업했다.
모두 롯데의 야구를 사직구장에서 보며 성장해 왔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기쁘다”, “롯데 야구를 보면서 성장했다. 사직구장에서 뛰어보고 싶었다” 등의 코멘트는 당연했고 진심이었다. 심재민은 KT에서 다소 부침을 겪었던 만년 좌완 유망주였지만 롯데 이적 이후에는 29경기(6선발) 45⅔이닝 3승1패 6홀드 평균자책점 2.96으로 반등했고 2024년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올해 LG에서 전력 외 자원이었던 진해수, 그리고 SSG에서 방출 당한 임준섭 모두 고향팀의 부름에 기뻐했고 고향팀에서 각오를 다잡고 있다.
임준섭은 “주위에 롯데에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는데 주위에서 ‘형 말대로 됐다’라고 말하더라”라면서 “롯데가 아니라면 다른 구단의 제안을 고민했을텐데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롯데에서 제안이 와서 너무 기뻤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도치 않은 ‘부산 출신’ 선수들의 영입에 구단 관계자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됐다”라고 웃으면서 “우리 팀에 좌완 투수도 부족했고 젊은 선수들도 키워야하지만 그래도 경기는 치러야 한다. 즉시 전력으로 해줄 수 있는 베테랑들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롯데는 이들이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불태워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향팀에서의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은 커리어의 전환점이자 분위기 전환의 계기다. 충분히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는 요소다. 과연 커리어 막바지에 고향팀으로 돌아오게 된 ‘로컬보이’ 좌완 투수들을 롯데의 2024년 투수진에 얼마나 기여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