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보다 안정이 대세다. 특급 선수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KBO리그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역대 최다 재계약 인원이 나올 듯하다.
지난 17일 SSG는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100만 달러),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150만 달러)와 재계약을 발표했다. 같은 날 롯데도 투수 찰리 반즈(135만 달러)와 재계약을 알렸다.
이로써 LG 투수 케이시 켈리(150만 달러), 내야수 오스틴 딘(130만 달러), KT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150만 달러), 투수 웨스 벤자민(140만 달러), 롯데 투수 애런 윌커슨(95만 달러), 한화 투수 펠릭스 페냐(105만 달러), 키움 외야수 로니 도슨(60만 달러) 등 모두 10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재계약했다.
신규 외국인 선수는 LG 투수 디트릭 엔스(100만 달러), SSG 투수 로버트 더거(90만 달러), NC 투수 다니엘 카스타노(85만 달러), 롯데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95만 달러), 삼성 내야수 데이비드 맥키논(100만 달러), 한화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100만 달러), 키움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80만 달러) 등 7명이다. KT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90만 달러)는 일본과 멕시코를 거쳐 복귀한 케이스.
남은 외국인 선수 자리도 익숙한 얼굴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 투수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KIA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 삼성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키움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재계약이 유력하다. KIA 투수 토마스 파노니, 두산 외야수 호세 로하스, 한화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도 ‘보험용’으로 보류선수명단에 들어 재계약 불씨가 남아있다.
전체 외국인 선수 30명 중 최소 15명이 재계약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용 선수 중 1명이라도 잔류하면 2016년, 2021년 15명을 넘어 역대 최다 외국인 재계약 기록이 된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외국인 스카우트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선수 영입이 힘든 상황이다. 100만 달러로는 특급 선수를 못 구한다. 괜찮다 싶은 선수들은 일본 팀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미국 마이너리그가 취소·축소 운영된 후유증으로 중간에 야구를 그만두거나 성장이 정체된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미국도 선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쉽게 선수를 풀어주지 않는다.
신규 100만 달러 한도 내에서 특급을 구할 수 없다. 그나마 쓸 만한 선수들은 일본으로 가거나 미국에 남는다. 일본에선 더 많은 돈을 주고, 미국도 마이너리그 처우와 환경이 개선되면서 한국으로 유인할 요소가 부족하다. KBO는 2019년부터 6년째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이 100만 달러로 제한돼 있는데 그 사이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55만 달러에서 72만 달러로 올랐다.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커리어 전환을 위해 한국에 오는 선수 중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 같은 ‘초대박’ 케이스가 있지만 확률은 낮다. 미국에서 데려올 만한 선수가 마땅치 보니 일본에서 재계약에 실패한 엔스, 맥키논 같은 선수들이 KBO 팀들의 영입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확실한 선수가 아니면 재계약보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 되다 보니 모험보다 안정을 기하는 팀들이 늘고 있다. 현재까지 LG, KT, SSG, 롯데 등 4개 구단이 2명씩 재계약 선수들로 채웠다. 예상대로 10개팀 모두 최소 1명씩 재계약 선수를 두면 리그 최초의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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