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한 유망주가 한국에서 1년 만에 반등했다. KBO리그 MVP를 수상하며 메이저리그에 유턴한 에릭 페디(30·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시카고 선타임스’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KBO MVP 트로피를 가방에 넣고 메이저리그에 돌아온 페디는 1500만 달러 부자가 돼 자신감으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화이트삭스는 지난 14일 FA 투수 페디와 2년 1500만 달러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현지 기자들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가진 페디는 “메이저리그에서 내가 원하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2022년 시즌 후)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끔찍하게 끝날 수 있었다. 한국으로 가는 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상위 지명된 유망주 출신 페디는 2017년 데뷔 후 2022년까지 6시즌 통산 102경기(88선발·454⅓이닝) 21승33패 평균자책점 5.41로 기대에 못 미쳤다. 꾸준히 기회를 받았지만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특히 2022년 27경기(127이닝)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로 최악의 성적을 냈다. 전력이 약한 워싱턴에서 풀타임 기회를 얻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결국 시즌을 마친 뒤 워싱턴에서 논텐더 방출됐고,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새 도전에 나섰다.
커리어 최대 위기였던 페디는 한국으로 가기 전 애리조나주로 이사부터 했다. 근처에 있는 운동 시설과 피칭 연구소에서 몸을 관리하며 새로운 투구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시설에는 물리 치료사가 있어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익히면서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요즘 모두가 말하는 스위퍼를 장착하며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한국에 갈 때 싱커, 커터, 스위퍼, 체인지업 등 4가지 구종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 올 때부터 ‘거물’로 주목받은 페디는 메이저리그 6시즌 경력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KBO리그를 지배했다. 그는 “워싱턴에서의 마지막 해에는 지금처럼 몸이 좋지 않았다. 스프링 트레이닝 때부터 건강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구속도 떨어지고, 모든 것이 날카롭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강하고, 건강하다. 구속이 돌아왔고, 이전에 없던 날카로움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페디는 “한국에서 첫 한 달 동안 많은 성공을 거두면서 ‘그동안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내가 원하는 상태로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은 놀라웠다. 모두가 내게 정말 잘 대해줬다. 한국 관중들의 응원 분위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난 더 많은 이닝을 던지며 내 것을 연습하고 조정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한국은 내게 그런 환경을 제공했다”고 고마워했다.
한국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에 돌아온 페디는 두 번째 기회를 잘 살릴 준비가 됐다. 그는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한국에서 잘 던져 다시 기회를 얻었다. 커리어를 바꾸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다”며 “지금보다 자신감이 컸던 적은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의 성공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화이트삭스 선발진에서 리빌딩의 일부가 돼 팀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