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5)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을 씁쓸하게 지켜본 팀이 있었으니 바로 김하성(28)이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이정후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6년 1억1300만 달러 거액을 제시한 샌프란시스코를 이길 수 없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소식을 전하며 ‘지난 16일 샌프란시스코가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정후를 소개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샌디에이고는 다소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FA 영입에 필사적이었던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한 것에는 놀라지 않았지만 샌디에이고도 이정후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지구 라이벌 팀의 입찰액을 넘지 못했다’고 알렸다.
이어 ‘리그 소식통은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에게 제시한 금액은 경쟁력 있는 수준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제시한 금액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내년 페이롤(팀 연봉 총액)을 2억 달러 이하로 낮추고자 하는 샌디에이고 구단 기조에 의해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형 투자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블레이크 스넬, 조쉬 헤이더,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 등 주축 투수들이 FA로 빠진 샌디에이고는 내년 연봉으로 3000만 달러 이상이 예상되는 ‘예비 FA’ 후안 소토와 주전 중견수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며 페이롤 감축에 들어갔다. 이어 지명타자 맷 카펜터, 구원투수 레이 커도 애틀랜타로 보내면서 추가로 페이롤을 줄이는 등 ‘군살 빼기’에 한창이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몇 년간 돈을 물 쓰듯이 썼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 조 머스그로브(5년 1억 달러),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등과 1억 달러 넘는 대형 계약을 연이어 했다. 올해 구단 역사상 최대 페이롤(2억5600만 달러)을 기록한 샌디에이고는 3년 연속 사치세 한도를 넘었다. 4년 연속 사치세 한도를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최소 50% 세금이 부과된다.
올해 구단 역대 최다 관중(327만1554명)을 끌어모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투자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한 샌디에이고는 시즌 막판 재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9월에는 선수 급여 지급 등 단기적인 현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00만 달러를 대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디애슬레틱은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샌디에이고는 리그에서 3번째 높은 사치세 페이롤을 기록하며 무거운 팀 운영을 했다. 40인 로스터에서 8명의 빈자리가 생겼고, 예산도 크게 줄어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김하성이 트레이드 후보가 되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7년 80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크로넨워스는 내년부터 계약이 시작된다. 장기 계약된 선수이고, 올해 부진하면서 트레이드 가치가 낮아졌다. 올해 최고 활약을 펼친 김하성은 내년 연봉 800만 달러로 시즌 후 FA라 트레이드시 좋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여전히 고액 연봉 팀으로 당장 내년 성적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샌디에이고라 김하성 트레이드 가능성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