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투수들을 연이어 영입했지만 모두 부상의 덫에 걸렸다. FA로 큰돈을 들인 제이콥 디그롬(35)에 이어 유망주를 주고 트레이드로 데려온 맥스 슈어저(39)까지 부상으로 내년 시즌 정상 가동이 어려워졌다. 올해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한을 풀었지만 유리몸으로 전락한 사이영상 듀오가 텍사스의 골칫거리가 됐다.
‘MLB.com’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슈어저가 15일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은 “통증 관리를 위한 보존적 치료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슈어저가 내년 6월이나 7월쯤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어저는 “오프시즌 플로리다 집으로 돌아간 뒤 허리 통증이 계속 악화됐고,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여러 차례 보존적 치료를 받았지만 전문의들과 상담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지금 수술을 받는 것이 내년 텍사스를 위해 최대한 많은 투구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재활에 집중해서 내년 여름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텍사스는 지난 7월31일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특급 유망주 루이스앙헬 아쿠냐를 뉴욕 메츠에 내주는 조건으로 슈어저를 영입했다. 올해 내셔널리그(NL) MVP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의 친동생이기도 한 루이스앙헬은 대형 유격수로 큰 기대를 모은 유망주이지만 첫 우승에 목마른 텍사스는 슈어저 영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사이영상 3회에 빛나는 대투수 슈어저는 올해 메츠에서 19경기(107⅔이닝) 9승4패 평균자책점 4.01로 다소 주춤했지만 텍사스로 트레이드된 뒤 8경기(45이닝) 4승2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9월1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대원근 부상을 당해 정규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가을야구 복귀를 위해 재활 속도를 높인 슈어저는 챔피언십시리즈 로스터에 전격 합류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까지 3경기에서 총 9⅔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며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6.52로 부진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5이닝 이상 던질 여력이 안 됐다. 월드시리즈 3차전에선 3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다 허리 통증으로 강판되기도 했다. 그때 여파인지 결국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 받았다. 1984년생으로 내년 40세 나이를 생각하면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올해 텍사스는 1972년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지만 슈어저 트레이드는 실패로 끝날 위기다. 내년 슈어저의 연봉 4333만 달러 중 전 소속팀 메츠가 약 2083만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이지만 그래도 2250만 달러의 고액을 텍사스에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내년 전반기 등판이 불가능해지면서 텍사스의 손해가 막심해졌다.
슈어저는 약과일지도 모른다. 이미 텍사스는 FA로 또 다른 사이영상 투수에게 크게 데였다. 2018~2019년 2년 연속 NL 사이영상을 받으며 ‘지구상 최고 투수’로 불린 디그롬은 지난해 12월 텍사스와 5년 1억8500만 달러에 FA 계약했다. 2021~2022년 2년 옆구리, 전완근, 팔꿈치, 어깨 등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지 않아 100이닝을 넘기지 못한 디그롬에게 텍사스가 5년 장기 계약을 안겼다. 원소속팀 메츠도 주저할 정도로 부상 리스크가 있었지만 감수하고 데려갔다.
그런데 계약 첫 해부터 팔꿈치 부상으로 리스크가 크게 터졌다. 6경기(30⅓이닝) 2승 평균자책점 2.67의 성적을 남긴 채 6월초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다. 재활에 최소 1년이 걸리는 토미 존 수술이라 내년 여름 슈어저와 비슷한 시기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된다. 다만 디그롬도 이제 30대 중반의 적잖은 나이라 수술 경과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