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올 겨울 최고액 투자는 이정후(25)로 끝날 듯하다. FA 시장에 ‘타자 최대어’ 코디 벨린저(29)가 남아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선수 추가 영입은 없는 분위기다. 그만큼 이정후에 대한 믿음이 크다.
이정후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입단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검장 정장에 구단 컬러인 오렌지색 넥타이를 매고 입단식에 온 이정후는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며 팬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전날(15일) 신체 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하면서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이 공식 발표됐다. 이 소식을 전한 ‘MLB.com’은 ‘이정후는 발목 수술에서 완전하게 회복됐다. 일부 자이언츠 팬들은 이정후의 신체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이정후의 발목 부상은 지난해 비슷한 건강 문제로 13년 3억5000만 달러 계약이 무산된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에 대한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현재 몸 상태가 완전 회복돼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사장은 이정후가 주전 중견수를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되찾길 기대하고 있다’며 ‘자이디 사장은 이번 오프시즌에 또 다른 선수 영입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벨린저 같은 FA 외야수를 영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자이디 사장은 “가능성은 있지만 꼭 영입할 필요는 없다. 당장 그와 관련해 임박한 것도 없다”며 벨린저 등 FA 외야수 영입 가능성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같은 중견수 포지션에 이정후를 영입한 만큼 중복 투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벨린저도 샌프란시스코의 영입 후보로 거론됐지만 2억500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액 몸값이 부담스럽고, 고점과 저점이 큰 유형의 선수라 장기 계약에 리스크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선택은 이정후였다. 자이디 사장은 “우리 팀에는 이정후가 완벽하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으로 팀 전체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더 많은 컨택을 통해 리그에서 유행하는 야구를 하는 게 목표다. 여러 선수 영입을 검토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에 있어 이정후만큼 완벽하게 맞는 맞는 선수도, 타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정후의 성공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기에 1억 달러 넘는 거액을 투자할 수 있었다.
MLB.com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으로 인해 KBO 타자들은 일본 타자들보다 빅리그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공을 맞히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자이디 사장은 2022년 KBO MVP를 받을 때 이정후가 142경기에서 삼진 32개만 당하며 홈런 23개를 터뜨린 게 눈에 띄는 기록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자이디 사장은 “볼넷과 삼진 비율을 빼고 봐도 홈런과 삼진 숫자가 비슷한 것은 어느 리그에서나 정말 인상적인 기록이다. 우리 스카우트들은 단순히 기록만 본 것이 아니라 이정후의 투구 인식 능력이 아주 뛰어난 것을 봤다. 투수의 공을 정말 빨리 알아차린다. 우리는 그 기술이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다르빗슈 유, 도쿄 올림픽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좋은 타격한 것도 봤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이다”며 이정후의 성공을 자신했다.
이정후는 지난 2017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데뷔한 뒤 KBO리그에서 7시즌 통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383볼넷 304삼진 출루율 .407 장타율 .491 OPS .898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삼진보다 볼넷이 많았고, 타격폼 변화와 부상으로 고생한 올해도 49볼넷 23삼진으로 선구안을 보였다. 여기에 KBO리그 통산 타율 1위(3000타석 이상 기준)에 빛나는 극강의 컨택 능력을 샌프란시스코는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이정후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게 공을 잘 맞히는 것이었다. 그냥 맞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풀스윙을 돌리면서 잘 맞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삼진은 정말 아무 것도 못 해보고 물러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공을 컨택해서 그라운드 안에 넣기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릴 때부터 그런 걸 생각하며 연습하다 보니 컨택이 좋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