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한국시리즈 3차전 181구 15이닝의 투혼을 발휘한 박충식부터 2023년 1라운더 이호성까지 지켜봤던 삼성 라이온즈 경산 볼파크의 ‘터줏대감’ 김정용 선수단 숙소 사감이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난다.
1991년 정동진 감독 시절 덕아웃 기록원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인연을 맺은 김정용 사감은 스카우트를 거쳐 1992년 경산 볼파크 초대 사감을 맡았다. IMF 금융 위기 때 잠시 팀을 떠나갔다가 2001년 김응룡 감독 시절 다시 숙소 사감으로 돌아온 그는 라이온즈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김정용 사감은 “오랫동안 (경산볼파크에) 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숙소 사감을 맡았던 그는 “제가 잘한 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별 탈 없이 숙소 생활을 잘해준 덕분이다. 만약에 선수들이 일을 저질렀다면 제가 중간에 나왔을 거다.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숙소 사감직을 맡으며 수많은 선수들을 지켜봤던 김정용 사감은 정현욱 재활군 코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현욱 코치와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각별하다. 신인 시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야간 훈련하고 항상 열심히 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주장 구자욱을 비롯한 삼성 선수들은 지난달 말 경산 볼파크의 터줏대감이었던 김정용 사감을 위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선수들도 자신의 SNS에 김정용 사감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을 게재하기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선수들이 이렇게 감사패까지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다.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는 게 김정용 사감의 말이다.
경산 볼파크 사감에서 물러나지만 라이온즈를 향한 애정은 변함없다. 그는 “처음 사감직을 맡았을 때 선수들 연령대가 동생 뻘이었는데 이제는 손주 뻘이 됐다”고 허허 웃으며 “팀을 떠나지만 라이온즈 팬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응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정용 사감은 마지막으로 “우리 선수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랫동안 잘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