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5)를 향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진심이 통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71)도 인정한 진심이다.
이정후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날(15일) 신체 검사를 통과하면서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이 공식 발표된 이정후는 이날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면서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이날 이정후의 입단식에는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사장과 함께 에이전트 보라스가 동석했다. 이정후가 예상을 뛰어넘는 대형 계약을 따낸 데에는 보라스의 탁월한 협상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정후도 이날 기자회견 때 영어로 자기 소개를 하면서 “보라스에게 특히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보라스는 샌프란시스코를 치켜세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라스는 “한 번의 타석을 보기 위해 3만 마일(약 4만8280km)을 날아갈 정도로 이정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정말 멋진 일이다”며 지난 10월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의 한국 방문을 떠올렸다.
이정후는 지난 7월 왼쪽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인 신전지대 봉합 수술을 받고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하지만 이정후는 재활을 거쳐 10월10일 고척돔에서 치러진 시즌 마지막 홈경기인 삼성전을 준비했다. 이미 팀의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상황이었지만 7년간 성원을 보낸 키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하기 위해 8회말 대타로 고별 타석에 들어섰다.
이정후는 삼성 구원투수 김태훈과 12구 승부 끝에 3루 땅볼로 아웃됐지만 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당시 고척돔 관중석에서 이정후에게 박수를 보낸 사람중 한 명이 푸틸라 단장이었다. 수년간 이정후를 관찰해온 만큼 그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났지만 KBO 고별전 한 타석을 보기 위해 먼길을 왔다. 이때부터 샌프란시스코행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였고, 두 달이 흘러 현실이 됐다.
이정후도 그날을 잊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이정후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너무 감사했다. (푸틸라 단장이) 한국에 와주셔서 나의 플레이를 지켜봐준 것만으로도 내게 행복한 기분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진심은 관심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이정후에게 무려 1억 달러가 넘는 파격적인 투자를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도 관심을 보였지만 계약 조건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이기지 못했다. 4년 뒤인 2027년 옵트 아웃으로 FA가 될 수 있는 조건까지 포함한 선수 친화적인 계약으로 이정후에게 진심을 나타냈다.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우리는 이정후 영입이 팀에 완벽하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으로 팀 전체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더 많은 컨택을 하면서 리그에 유행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게 우리 목표”라며 “오프시즌 선수 영입을 검토할 때 이정후보다 우리가 원하는 바에 더 맞는 선수도, 타깃도 없었다”며 “이정후가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모습도 KBO리그에서 보여준 것만큼 의미 있었다. 내년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중견수로 뛸 것이다. 주전 중견수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