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보강에 목마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이정후(25)만큼 잘 맞는 선수는 없었다. 샌프란시스코가 필요로 하는 정확한 타격과 출루 능력, 수비와 주루까지 두루 갖춘 이정후는 최적의 카드였다. 파르한 자이디(47) 샌프란시스코 야구운영사장이 인정했다. 입단식에서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잘 생겼나요(Handsome)?”라고 물을 정도로 친화력 있는 이정후의 모습에 자이디 사장이 또 반했다.
이정후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전날(15일) 신체 검사를 통과해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이 공식 발표된 이정후는 이날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며 팬들에게 첫인사를 했다.
입단식에 동석한 자이디 사장은 “우리는 이정후 영입이 완벽하게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오프시즌에 우리는 공격적으로 팀 전체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더 많은 컨택을 하면서 리그에 유행하는 야구를 하는 게 목표였다”며 “오프시즌 선수 영입을 검토할 때 이정후보다 우리가 원하는 바에 더 맞는 선수도, 타깃도 없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내내 이정후를 집중 관찰했다. 시즌 전 이정후가 속한 키움 히어로즈의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개막 후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7월에 발목 수술을 받아 사실상 시즌 아웃됐지만 10월에는 피트 푸틸로 단장이 직접 고척돔을 찾아 이정후의 복귀 타석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정후도 당시를 떠올리며 “생각지도 못했다.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너무 감사했다. 한국에 와주셔서 나의 플레이를 지켜봐주신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도 고마워했다.
이날 입단식에 함께한 이정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선수의 타석 한 번을 보기 위해 3만 마일(약 4만8280km)을 날아간 것은 그만큼 샌프란시스코 관심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멋진 일이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집중 관찰한 만큼 이정후에 대한 확신을 가진 샌프란시스코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도 1경기도 뛰지 않은 신인에게 1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가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KBO리그에서 보여준 것만큼 의미가 있었다”며 대표팀에서의 좋은 활약도 언급한 뒤 “내년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중견수로 뛸 것이다. 주전 중견수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입단식에서 이정후는 영어로 자기 소개를 해 눈길을 끌었다. 유창한 영어 실력은 아니었지만 진심이 담긴 인사를 하며 연신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를 “바람의 손자”라고 소개하면서 유니폼과 모자를 쓴 뒤 “잘 생겼나요(Handsome)?”라고 묻기도 했다. “레츠고 자이언츠”를 외치는 등 입단식 내내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2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로 침체된 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이 같은 에너지도 주목했다. 자이디 사장은 “흥분되는 날이다. 이정후는 통역을 통해서도 자신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선수다. 야구적으로도 훌륭한 핏이지만 우리는 조직 전체를 자극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데에도 신경쓰고 있다. 오늘 이정후를 보면서 확실히 그걸 느낄 수 있었다”며 이정후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한편 이정후는 이날 입단식 기자회견에서 직접 영어로 “안녕하세요, 자이언츠. 내 이름은 이정후다.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다. 나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 존슨 구단주 가문과 래리 베어 CEO, 자이디 사장,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에게 특히 감사하다.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감사하다”며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었고, 항상 베이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 지역 명칭)를 좋아했다.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 동료들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레츠고 자이언츠”라고 먼저 인사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MLB를 시청한 팬으로서 샌프란시스코는 역사도 깊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 선수도 많다. 최근 우승을 많이 한 팀이고, 역사적으로 전통이 있어 좋아하는 팀이었다. 그런 팀에서 나를 선택해줘서, 이렇게 역사가 큰 구단에서 뛰게 돼 영광이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큰 숙제다. 새로운 투수들, 환경, 야구장에 적응해야 한다. 한국에선 항상 버스로 이동했지만 여기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시차도 다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