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은 나중에 갈 수도 있고…살아남기 위해선 야구 열심히 해야죠.”
한화 내야수 김태연(26)은 오는 17일 낮 12시10분 서울 소재 웨딩홀에서 예비 신부 김지영 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식을 마치면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태연은 새신랑이 되자마자 다시 대전으로 내려와서 개인 훈련을 이어간다.
비활동 기간이 시작된 이달부터 대전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개인 운동을 하고 있는 김태연은 “결혼 준비는 다했다. 식만 올리면 된다”며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신혼여행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여행은 나중에 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야구 열심히 해야 한다. 아내와 같이 결정을 했다.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맙다. 결혼식 다음날에도 훈련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내외야를 넘나드는 ‘멀티맨’ 김태연은 최근 2년간 2군에 한 번씩 다녀왔지만 한화의 1군 주축이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2021년 8월 1군에 올라온 뒤 53경기 타율 3할1리(176타수 53안타) 3홈런 34타점 OPS .838로 깜짝 활약하며 존재감을 높였다.
외야수로 포지션 이동을 시도하며 기대를 모은 2022년에는 119경기 타율 2할4푼(404타수 97안타) 7홈런 53타점 OPS .662로 부침을 겪었지만 올해 91경기 타율 2할6푼1리(245타수 64안타) 4홈런 25타점 OPS .700으로 반등했다. 4월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온 뒤 6월부터 70경기 타율 2할8푼(192타수 54안타) 4홈런 23타점 OPS .755로 노시환, 채은성과 함께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
주 포지션이 아니라 불안했던 외야 수비도 어느 정도 적응된 김태연은 1루수(32경기 23선발 191이닝), 우익수(31경기 27선발 195⅓이닝) 3루수(9경기 4선발 38이닝), 2루수(6경기 5선발 41이닝) 등 4개 포지션을 넘나들면서 최원호 감독의 선택지를 넓혀줬다. 최원호 감독은 “운동 능력이 좋은 선수라 여러 곳에서 포지션 소화 능력이 70~80%는 된다. 이쪽저쪽에서 고생해준다”고 김태연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김태연도 1군 붙박이를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한화 뎁스가 좋아지고 있다. FA 시장에서 검증된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을 4+2년 최대 72억원에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선 리그 최고령 외야수 김강민을 지명했다. 외국인 선수로 타격에 특화된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도 신규 상한액 100만 달러를 채워 계약했다.
세 선수 합류로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안치홍의 주 포지션이 2루수라 기존에 그 자리를 나눠 가졌던 정은원과 문현빈도 외야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강민과 페라자까지 새로 들어온 한화 외야는 더 이상 무주공산이 아니다. 올해 6월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인호도 후반기에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외야 주전 한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은원과 문현빈이 어떤 경쟁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안치홍이 1루 자리를 채은성과 분담할 수 있다. 1루, 2루, 3루, 우익수를 오가는 김태연의 플레잉 타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지난 몇 년 같이 1군에서 무조건 기회가 보장되는 팀 구성이 아니다.
김태연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 거기서 살아남으려고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더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며 “내년 목표도 다른 게 없다. 경쟁이 세진 만큼 최대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22일 대전 키움전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왼손 중지가 베이스에 부딪쳐 꺾인 김태연은 중수골 골절로 시즌 아웃됐다. 이후 서산 재활군으로 이동했고, 뼈가 붙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난달 깁스를 풀었지만 관리를 위해 배트를 잡진 않았다. 김태연은 “19일 병원 진료 때 이상이 없으면 타격 훈련을 시작하려고 한다. 부상 이후로 타격을 계속 못했기 때문에 겨울부터 연습량을 최대한 많이 늘려야 한다. 1월까지 많이 치면서 캠프를 준비할 것이다”며 “앞으로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면서 책임감을 갖고 야구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