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0억 원 오버페이 논란…이정후 증명의 시간, 연착륙 기준치 어느 정도일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2.15 18: 40

잠재력을 갖고 있고 스타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한 번도 뛰지 않은 선수에게 오버페이라는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정식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가 된 이정후의 연착륙 기준치, 오버페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이정후가 공식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선수가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이정후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알려진대로 계약 조건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90억 원).
계약 세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2024년 7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차등적으로 연봉이 지급되는 구조다. 2025년 1600만 달러, 2026~2027년은 2200만 달러를 받는다. 2028~2029년은 2050만 달러의 연봉이 책정됐다. 계약금도 500만 달러가 포함됐다. 

샌프란시스코 공식 SNS

MLB.com 공식 SNS

계약 4년차가 끝나는 2027년에는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됐고 또 매년 샌프란시스코 지역 사회에 기부하는 조건도 포함되어 있다. 구단 발표에 의하면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에 2024년 6만 달러를 기부하고 2025년 8만 달러, 2026~2027년 11만 달러, 2028~2029년 10만2500달러를 기부하는 조건까지 포함됐다.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은 KBO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한국 선수들 중에서 최고 계약 금액이다. 2013년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했고, 2021년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1년 3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또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계약에서도 2013년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7년 1억 3000만 달러에 이은 두 번째 1억 달러 계약이다.
지난 13일 이정후의 계약 소식이 알려진 뒤, 이날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올해 이정후의 발목 부상을 이유로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현지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조차 좋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15일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아직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지난해 카를로스 코레아의 게약 무산을 떠올리기도 했다. 코레아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13년 3억5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과거 발목과 종아리 수술 여파를 문제 삼았고 결국 계약은 파기됐다. 
하지만 이정후의 발목은 큰 문제가 아니었고 결국 공식 발표까지 나왔다. 16일 입단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한글로 장식된 샌프란시스코 공식 SNS 계정
샌프란시스코 공식 SNS
KBO리그에서 이정후는 최고의 선수였다.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한 이정후는 한국 최고의 타자로 리그를 지배했다. 2017년 신인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리그 MVP를 차지했다. 올해는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을 일찍 마감하기는 했지만 86경기 타율 3할1푼8리(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1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제 이정후는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이정후의 계약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미국 현지는 술렁였다. ‘CBS스포츠’는 ‘이정후의 계약이 공개되자 다른 구단 스카우트들과 분석가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 겨울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요시다 마사타카와 이정후를 비교한다. 이정후와 요시다 모두에게 과도한 금액을 지불했다고 여겨진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를 가장 오랫동안 지켜봤던 팀이 샌프란시스코다. 슈퍼스타가 필요했지만 과거 잇따라 선수들을 놓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던 것을 생각하면 이정후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위험부담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만큼 절박했다. ‘CBS스포츠’는 ‘파르한 자이디 사장은 최고 수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어버페이를 기꺼이 할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니다. 최고의 결과를 위해서는 때로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라며 샌프란시스코의 모험적인 투자에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오버페이 논란은 어쩔 수 없이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 3년 먼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김하성(샌디에이고)의 사례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디애슬레틱’에서 통계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에노 새리스는 김하성의 KBO리그 마지막 시즌인 2020년, 그리고 이정후의 MVP 시즌인 2022년을 근거로 이정후의 연착륙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하성의 평균 타구 속도는 90.1마일(약 145km), 발사각 13도, 95마일(약 152.8km) 이상 타구 비중은 50.4%, 최고 타구 속도는 108.9마일(175km)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평균 타구는 88.7마일(142.7km), 발사각 12.3도, 95마일 이상 타구 비중은 37.7%, 최고 타구 속도는 107마일(약 172km)였다고 소개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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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리스는 ‘이정후의 트랙맨 타구 데이터는 한국에서도 평균 이하였고 심지어 또래들과 비교해도 비슷했다. KBO리그에서 이정후는 김하성의 최고 타구 속도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메이저리그 규정타석에 든 선수 가운데 김하성보다 파워가 떨어지는 선수는 5명 뿐이었다. 또한 타구속도 95마일 이상의 하드히트도 김하성보다 적었다’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평화왕자’라는 소리를 듣고 KBO리그 최고 유격수로 올라섰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였던 2021년, 117경기 타율 2할2리(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 .622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가능성을 내비쳤고 올해 비로소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성적을 거뒀다. 올해 김하성은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38도루 OPS .749의 성적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로 수비력까지 제대로 인정 받았다.
여러 지표들이 ‘리스크’를 얘기하고 있다. 연 평균 1883만 달러를 받는 이정후는 팀 내 최고 연봉자가 됐다. 당장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선수가 돼야 한다. 그래도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댄 짐보로스키가 고안한 성적 예측 모델인 ‘ZiPS’에 의하면 이정후는 2024시즌 타율 2할8푼8리(476타수 137안타) 8홈런 62타점 56득점 출루율 3할4푼6리 장타율 .416, 삼진 38개, 볼넷 39개로 선구안과 컨택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은 2.5를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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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기간인 6년 동안 이정후는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팬그래프닷컴’은 이정후가 이 정도 성적을 올리면 6년 1억32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투자가 성공이라는 전망도 했다.
이제 이정후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프로 데뷔 이후 순항만 이어가던 이정후의 커리어다. 과연 이정후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험의 무대에서 논란을 불식시키고 1억 달러 이상의 선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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