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5)가 KBO리그 선수의 메이저리그 계약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정후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64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미국매체 CBS스포츠는 14일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가 계약을 맺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계약은 이정후가 만 30세 생일 전에 FA로 나갈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라며 이정후의 계약을 조명했다.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한 이정후는 한국 최고의 타자로 리그를 지배했다. 2017년 신인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리그 MVP를 차지했다. 올해는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을 일찍 마감하기는 했지만 86경기 타율 3할1푼8리(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861으로 활약했다.
이정후를 오랫동안 지켜봤고 키움의 홈 최종전에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이정후의 마지막 타석을 함께 했을 정도로 진심으로 이정후를 원했던 샌프란시스코는 역사상 처음으로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선수에게 1억 달러(약 1296억원)가 넘는 계약을 안기며 이정후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포스팅비 1882만5000달러(약 244억원)를 포함하면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 영입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1억3182만5000달러(약 1708억원)에 달한다.
CBS스포츠는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겨울 시장에 나온 이정후를 좋아했다는 것은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후의 계약이 공개되자 다른 구단 스카우트들과 분석가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몇 관계자들은 지난 겨울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약 1166억원) 계약을 맺은 요시다 마사타카와 이정후를 비교한다. 이정후와 요시다 계약 모두 국제 FA 선수에게 과한 금액을 지불했다고 여겨진다”라며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과한 계약을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정후에게 거액의 계약을 안긴 것은 아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확신을 가질만한 많은 능력이 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분석한 CBS스포츠는 “이러한 질문은 이정후, 김하성(샌디에이고), 그리고 메이저리그로 건너온 모든 KBO리그 타자들에게 던져졌다. KBO리그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뛰어난 리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와 비교하면 투수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이정후는 다르다. 그는 컨택이 뛰어난 타자다.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정후는 직구를 상대로 컨택률 97%를 기록했고 전체 컨택률은 91%에 달했다.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벗어나는 공을 쫓아간 비율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리그 수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 2022년 아메리칸리그·2023년 내셔널리그 타격왕)가 컨택률 92%, 쫓아간 비율 32%를 기록했다”라며 이정후의 빼난 컨택 능력에 주목했다.
“이정후에게 부족한 것은 파워다”라고 지적한 이 매체는 “이정후의 최고 타구 속도는 앤드류 베닌텐디(화이트삭스), 로비 그로스먼과 비슷하다. 지난해 23홈런을 때려냈지만 그 시즌을 제외하면 6시즌 동안 연평균 7홈런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KBO리그 타자들은 메이저리그에 이적한 뒤에 장타력이 떨어진다. 한 베테랑 스카우트는 이정후가 오라클 파크(샌프란시스코 홈구장)에서 홈런을 얼마나 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라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애런 저지(양키스),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 등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히 눈앞에서 선수들을 놓쳤다. 이 때문에 다급해진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과한 계약을 제안했다는 의견도 있다.
CBS스포츠는 “이정후는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눈부신 경력을 쌓았고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선수다. 파르한 자이디 야구운영부문 사장은 최고 수준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기꺼이 오버페이를 할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동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이디 사장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구단을 운영하는데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아마 최고의 결과를 위해서는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라면서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잠재력에 승부수를 띄웠다고 바라봤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