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41살이 되는 ‘괴짜 투수’ 잭 그레인키(40)가 은퇴하지 않는다. 올해 2승15패에 5점대(5.06)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지만 내년에도 현역으로 공 던질 준비를 한다. 그레인키가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남는다면 류현진(36)의 행선지가 하나 줄어들게 된다.
‘MLB 네트워크’ 존 모로시 기자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그레인키 측은 메이저리그 팀들에 그레인키가 2024년 투구를 준비하고 있으며 계약 협상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레인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투수 중 한 명이다. 지난 200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데뷔한 뒤 밀워키 브루어스, LA 에인절스, LA 다저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그리고 다시 캔자스시티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20시즌 통산 586경기(541선발·3389⅓이닝) 225승15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2979개를 기록했다.
현역 투수 중 통산 이닝 1위, 다승 2위, 탈삼진 3위에 빛나는 그레인키는 2009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비롯해 올스타 6회, 평균자책점 1위 2회, 골드글러브 6회, 실버슬러거 2회의 수상 경력도 자랑한다. 2012년 12월 다저스와 6년 1억4700만 달러(3년 뒤 옵트 아웃), 2015년 12월 애리조나와 6년 2억650만 달러로 대형 FA 계약도 두 차례나 해내면서 부와 명예를 모두 이뤘다.
2022년 친정팀 캔자스시티로 돌아온 그레인키는 올해 커리어 로우 성적을 냈다. 30경기(27선발·142⅓이닝) 2승15패 평균자책점 5.06 탈삼진 97개로 부진했다. 5점대 평균자책점은 2년차였던 2005년(5.80) 이후 가장 높은 수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89.5마일(144.0km)로 떨어졌고, 어깨 건염과 팔꿈치 통증으로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고전을 거듭했다.
은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그레인키는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현역 연장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월드시리즈 우승 빼고 선수로서 거의 모든 것을 이뤘지만 현역에 미련이 남아있다. 통산 3000탈삼진 기록도 21개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관심은 그레인키가 어느 팀과 어떤 계약을 하느냐 여부. 지난 2년간 캔자시스티와 각각 1300만 달러, 850만 달러에 계약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성적이 예전 같지 않은 만큼 더 낮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웬만하면 친정팀 캔자스시티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캔자시스티로 돌아올 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미네소타 트윈스가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 캔자스시티는 13일 FA 투수 세스 루고와 3년 4500만 달러에 계약 합의하며 선발진을 보강했지만 콜 레이건스, 브래디 싱어, 조던 라일스와 함께 짝을 이룰 선발투수가 1~2명 더 필요하다.
캔자스시티는 또 다른 FA 투수 류현진의 행선지 중 하나로 점쳐진 팀이다. ‘디애슬레틱’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지난달 29일 류현진의 계약을 1년 800만 달러로 예상하며 캔자스시티행을 예상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신시내티 레즈 단장 출신은 보든은 ‘캔자스시티는 올해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한 뒤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보냈다. 꽤 성공한 투자였다’고 설명했다.
1년 375만 달러로 큰돈 들이지 않고 FA 영입한 불펜 채프먼이 캔자스시티에서 반등하며 트레이드 가치가 올랐다. 채프먼을 주고 받은 유망주 투수 레이건스가 캔자스시티에 와서 12경기(71⅔이닝) 5승2패 평균자책점 2.64로 활약하면서 캔자스시티는 리빌딩에 탄력을 받았다. 리빌딩 중이지만 팀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향후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는 단기 FA 계약 자원으로 류현진을 주목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