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를 넘어 아시아 야수 최고액을 경신한 이정후가 벌써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주전 리드오프로 거론되고 있다.
북미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 등 미국 복수 언론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86억 원)에 계약했다. 4년 뒤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조건이다”라고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을 전했다.
가장 놀라운 건 이정후의 계약 조건이다. 당초 미국 ESPN, MLB트레이드루머스, 디 애슬레틱 등 복수 야구 전문 매체는 이정후의 몸값을 4년 5000만~6000만 달러 선으로 예측했다. 미국 CBS스포츠가 최근 6년 9000만 달러의 파격 전망을 내기도 했지만 이 또한 1억 달러 미만이었다. 포스팅 비용이 수반되는 이정후 영입에 1억 달러 이상을 베팅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사실상 없었다.
이정후의 이번 계약은 과거 류현진(6년 3600만 달러)의 LA 다저스와의 입단 계약을 훨씬 웃돈다. 아울러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일본 천재타자 요시다의 5년 9000만 달러를 넘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투수와 야수 통틀어 1위는 2014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한 다나카 마사히로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1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분명하다. 팀 내 최대 약점인 중견수 포지션 보강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올 시즌 중견수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는 -13으로, 리그 전체 28위였다. 21살의 유망주 루이스 마토스가 올 시즌 중견수로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는데 이 또한 57경기에 불과했다. 그 외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오스틴 슬레이터, 브라이스 존슨 등이 번갈아 중견수 수비를 맡았다.
그래서일까. MLB네트워크는 벌써부터 이정후를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리드오프로 낙점했다. 이정후의 계약 소식과 함께 이정후(중견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 또는 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지명타자)-마이클 콘포토(좌익수)-J.D. 데이비스(3루수)-미치 해니거(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마르코 루시아노(유격수) 순의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을 전망했다.
이정후의 뛰어난 컨택 능력이 주전 리드오프 낙점 배경으로 꼽혔다. MLB.com은 “이정후의 컨택 능력은 플레이트 중심의 포수 미트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스트라이크존을 확장하고, 칠 수 없는 공까지 모두 때려낸다”라며 “이정후는 타석에서 많은 약점을 갖고 있지 않다. 그가 배드볼히터라는 평가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아버지이자 한국의 전설적인 유격수 이종범으로부터 물려받은 능력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정후를 “훌륭한 야구 가문이 배출한 스타플레이어”라고 소개하며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타율 3할4푼 출루율 .407 장타율 .491를 기록했다. 단 한 번도 타율이 3할1푼8리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또한 중견수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췄고, 공수 양면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서 넥센 1차 지명된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을 기록했다. 2022시즌 142경기 타율 3할4푼9리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996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정규시즌 MVP를 석권했다.
이정후는 2017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과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해는 부상으로 인해 86경기 타율 3할1푼8리 6홈런 45타점에 그쳤지만 이미 이정후의 실력을 확인한 메이저리그 복수 구단이 영입에 관심을 보였고, 샌프란시스코가 영입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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