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15년 만에 드디어 골든글러브를 처음 품에 안았다. NC 다이노스 박건우(33)는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서 마침내 환하게 웃었다.
박건우는 11일 열린 2023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에서 홍창기(LG) 구자욱(삼성)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홍창기(258표)와 구자욱(185표)에 이어 박건우(139표)는 SSG 에레디아(101표)를 제치고 외야수 후보들 중에서 3번째로 많은 표를 얻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한 박건우는 올해까지 KBO리그 통산 1167경기 타율 3할2푼6리(3996타수 1303안타) 110홈런 624타점 706득점 92도루 OPS .878을 기록한 베테랑 타자다. 매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골든글러브와는 인연이 없었다.
시상식에 앞서 박건우는 “사실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은데, 30% 정도 기대를 하고 있다. 그 정도 기대를 하면 만약에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하더라도 상처가 덜할 것 같다. 더 기대를 했던 해가 있는데 그 해에 상을 받지 못하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그 때보다 기대를 낮게 잡고 왔다”고 과거 아쉬웠던 기억을 꺼냈다.
2017년이었다. 박건우는 131경기에서 타율 3할6푼6리(483타수 177안타) 20홈런 78타점 91득점 20도루 OPS 1.006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는 손아섭(당시 롯데), 최형우(KIA), 로저 버나디나(KIA)가 수상했다.
올해 외야수 부문은 출루율과 득점 2관왕을 차지한 홍창기, 타격 2위 구자욱의 수상이 유력했다. 박건우는 130경기 타율 3할1푼9리(458타수 146안타) 12홈런 85타점 OPS .877을 기록했고, 에레디아는 122경기 타율 3할2푼3리(473타수 153안타) 12홈런 76타점 OPS .846을 기록했다. 박건우는 에레디아를 38표 차이로 제치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박건우는 ‘어느 정도 수상을 예감했는지’를 묻자 “아니요. 사실 하지 못했다. 미리 알려주지 않더라. 그래서 일단 가보자 해서 왔고, 또 (손)아섭이 형이 수상할 것 같아서 축하해주자고 왔다. 사실 기대도 안 하고 왔다면 거짓말이지만, 또 상처받고 갈까봐 그런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시상자가 박건우 이름을 ‘박민우’로 잘못 불렀다. 박건우는 “괜찮다. 누구를 부르든 내가 이 상을 받는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우선 너무 기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7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빈 손으로 돌아갔다. 당시 경험을 묻자, 박건우는 “그때 사실 진짜 수상할 줄 알았다. 내가 받을 줄 알고 시상식에 왔는데 못 받아서 아쉬웠다. 그 때 집에 돌아가는데, 케이크으로 만든 골든글로브를 주신 팬분이 있었다. 진짜 금색으로 해서 케이크를 주신 그분한테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들어본 골든글러브의 무게감. 박건우는 “사실 소감을 말하려고 종이에 써왔는데, 골든글러브가 너무 무겁더라. 손이 떨려서, 가뜩이나 긴장되는데, 그래서 종이를 꺼내지 못했다. 소감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감독님한테 가서 ‘제가 감독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까’ 물어보니까, ‘어 했다’ 하셔서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야구 커리어에서 다른 상도 많이 받았지만 골든글러브는 한 번은 받으면 좋겠다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받으니까 너무 행복하고 또 한 번 더 받고 싶다. 매년 받았던 이정후가 올해 없어서 내가 받을 수 있었나 그런 생각도 사실 했다"고 말했다.
그토록 바랐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다음 목표가 있을까. 박건우는 "사실 많이 없다. 이 골든글러브가 너무 받고 싶었다. 정말 멋있어 보이고, 시즌이 끝나면 연봉 협상을 하고. 그러다보면 좀 허무할 때가 많다. 이렇게 해서 한 해를 보상받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만, 매일 팬분들 앞에서 있다가 갑자기 집에 누워 있고 이러면 좀 멍할 때가 많다. 그 기분을 좀 더 오래 가져가고자 시즌 마지막에 이 상을 받고 싶었다. 너무 행복한 하루인 것 같다. 내년에도 한 번 더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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