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탈전이 없는 불리함일까?
KIA 타이거즈와 김선빈의 FA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서로 잔류를 기본선으로 깔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로 수정안을 제시해 어느 정도 격차를 좁히면서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서로 생각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김선빈의 경우는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약점이다. 다른 구단에서 관심을 갖는다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 당연히 자신이 생각하는 조건을 관철시킬 수 있다. 현재로서는 김선빈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로는 대우조건 뿐만 아니라 보상 선수 부담도 꼽힌다.
함께 FA 자격을 얻은 안치홍의 행보와는 다르다. 안치홍은 2019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KIA가 당시 조건도 낮았고 적극적이지 않자 롯데 자이언츠와 전격 계약했다. 2+2년 56억 원의 조건이었다. 2년 성적에 따라 양측이 옵트아웃 권리를 갖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안치홍은 성적으로 이겨냈고 56억 원을 움켜쥘 수 있었다. 다른 구매자가 있었기에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김선빈과 안치홍은 KIA 신인 때부터 출중한 기량으로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2009년 안치홍이 입단한 이후 2010년부터 나란히 주전 유격수와 2루수를 맡으며 10년 넘게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추었다. 군대도 함께 입대해 경찰청과 상무에서 뛰었다. 복귀한 이후 힘을 합쳐 2017년 통합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한 살 터울지만 절친이었다. 다만, 12월 연봉협상시간이 찾아오면 서로를 의식했다. 대체로 비슷한 성적을 거둔터라 서로의 연봉이 기준이 되었다. 구단의 협상 담당자와 만나면 먼저 꺼내는 말이 "OO가 사인했어요?"였다. 때문에 구단도 두 선수의 연봉협상이 벌어지면 시기와 조건을 조율하느라 진땀께나 흘렸다.
지난 4년의 성적을 비교해보자. 안치홍은 496경기 2006타석을 소화했다. 타율 2할9푼2리, 40홈런, 257타점 235득점, 27도루, OPS(장타율 .427 출루율 .364) 0.791를 기록했다. 김선빈은 474경기 1975타석을 소화했다. 타율 3할8리, 9홈런, 213타점, 189득점, 17도루, OPS(장타율 .376 출루율 .381) 0.757를 기록했다. 안치홍이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4할2푼7리이 앞선다. 김선빈은 출루율이 좋았다.
안치홍이 앞선 실적이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안치홍은 1차에 이어 2차 FA 계약 모두 홈런을 날렸다. 그만큼 다른 팀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선빈은 1차 FA 계약(4년 40억 원)때도 다른 팀의 오퍼가 없었다. FA시장이 당시 빙하기였던 탓도 있었다. 자신의 생각보다 낮은 조건에 사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경쟁이 붙지않는 점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듯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