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8)가 LA 다저스행을 결정하면서 메이저리그 FA 시장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조짐이다. 포스팅으로 빅리그 진출에 나선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25)의 거취도 점차 선명해질 듯하다. 유력 행선지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꼽히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오타니를 놓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더 많은 돈으로 베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는 6년 전과 달리 FA 기간 오타니를 만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며 ‘구단에 정통한 소식통은 FA 중견수 이정후와 계약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현재 상황을 알렸다.
기사를 쓴 데니스 린 기자는 ‘샌디에이고는 오랫동안 이정후에게 관심을 가져왔고, 외야 두 자리가 비어있다. 특히 내야수 김하성은 이정후와 절친한 전 동료로 미국 진출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인물이다. 샌디에이고 야구운영팀의 고문인 박찬호도 3년 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제치고 4년 2800만 달러 계약을 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샌디에이고가 이정후 영입에 유리한 팀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지난주 주전 좌익수 후안 소토, 중견수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면서 외야 두 자리 빈자리가 난 샌디에이고는 페이롤(팀 연봉 총액)도 1억5600만 달러 수준으로 낮춰 이정후 영입을 위한 세팅을 마친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샌디에이고와 계약이 기정 사실은 아니라는 게 린 기자의 설명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이정후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으로 아마 샌디에이고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을 것이다’며 오타니를 놓치면서 남은 자금을 이정후에게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업계에선 이정후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말대로 그가 지난 오프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약 1187억원)에 계약한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에 근접한 계약을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대형 계약 가능성도 언급했다.
보라스는 지난달 단장 회의 때 “이미 리그의 절반 가까운 팀들이 연락을 해왔다”며 이정후에 대한 관심을 전한 뒤 “우리는 요시다를 메이저리그에 데려왔다. 요시다의 공을 맞히는 기술이 높은 수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정후는 중견수 프리미엄도 있다. 수비도 잘하고, 파워도 있다. 메이저리그에 케이팝을 불러올 것이다”며 요시다에 비교해 이정후를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린 기자는 ‘이정후가 요시다만큼 좋은 조건의 계약을 따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요시다보다 5살 어린 이정후는 그보다 더 빠른 주자이자 더 강한 수비수로 샌디에이고는 빅리그 중견수로서 평균 이상 기량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평가자들은 여전히 KBO가 더블A 수준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본다. 올해는 발목 수술로 시즌이 단축되며 홈런 6개에 그쳤다’며 KBO리그 수준과 올해 부상을 불안 요소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에게 알맞은 팀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코디 벨린저 외에는 눈에 띄는 FA 외야수가 없다. 린 기자는 ‘샌디에이고는 1억 달러 이상 계약이 예상되는 벨린저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입 가능한 야수 중에선 이정후가 샌디에이고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며 ‘김하성과 이정후가 한 팀에서 뛰는 것은 오타니와 계약만큼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는 없겠지만 샌디에이고가 잊을 수 없는 시즌을 보내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5일 오후 10시(미국 동부시간 오전 8시) 포스팅이 시작된 이정후는 내달 4일 오전 7시(미국 동부시간 1월3일 오후 5시) 안으로 계약을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