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몸값이 7배 상승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재계약한 ‘가성비 최고’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28)이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키움은 11일 외야수 도슨과 2024년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5만 달러 등 총액 60만 달러에 2024년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에디슨 러셀의 대체 선수로 키움과 계약할 당시 8만5000달러에 불과했던 몸값이 7배나 올랐다.
시즌 중반이긴 했지만 도슨의 몸값은 10만 달러도 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61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뽑힌 도슨은 한때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장을 하지 못했고, 메이저리그 경력도 2년간 4경기 출장으로 미미했다.
2021년 휴스턴에서 빅리그 데뷔했지만 4월 3경기로 끝났다. 시즌 후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했지만 빅리그에선 1경기 출장에 그쳤다. 시즌을 마치고 신시내티에서 FA로 풀렸지만 마이너리그 계약도 따내지 못하며 독립리그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올해 4월 미국 애틀랜틱리그 렉싱턴 카운터 클락스와 계약한 도슨은 64경기 타율 2할8푼2리(248타수 70안타) 13홈런 39타점 13도루 OPS .875로 활약하면서 키움의 눈에 띄었다. 손목 부상에 시달리던 러셀을 방출한 키움은 8만5000달러 헐값에 도슨을 데려왔다.
영입 당시만 해도 외부에선 낮은 몸값 때문에 도슨을 저평가하며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7월22일 사직 롯데전 1회 데뷔 첫 타석부터 적시타로 안타를 신고하며 적응기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좌우 투수 가리지 않고 정확한 컨택으로 타격 능력을 뽐냈다. 쾌활한 성격과 친화력으로 분위기 메이커가 되며 선수단에도 빠르게 녹아들었다. 익살스러운 세리머니로 팬들에게도 웃음을 선사했다.
도슨의 올 시즌 성적은 57경기 타율 3할3푼6리(229타수 77안타) 3홈런 29타점 18볼넷 41삼진 9도루 출루율 .398 장타율 .454 OPS .852를 기록했다. 후반기 타율 8위, OPS 13위에 올랐다. 외국인 타자 중에선 타율 1위, OPS 3위. 외국인 타자로서 홈런 파워가 떨어졌지만 시즌 막판까지 큰 기복 없이 꾸준한 타격을 보였고, 빠른 발로 수비와 주루에서 기여도도 높았다.
투타 기둥인 안우진과 이정후의 부상 악재 속에 키움은 최하위로 시즌을 우울하게 마쳤지만 LG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외야수 이주형과 함께 ‘가성비 최고’ 도슨의 활약이 큰 위안거리였다. 일찌감치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된 도슨은 총액 60만 달러에 사인했다.
60만 달러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큰 금액이 아니지만 워낙 적은 돈에 한국에 온 도슨이라 연봉 대박이라는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커리어 위기에서 한국에 온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독립리그에서 흙속의 진주를 발견한 키움의 스카우트 능력도 빛을 발했다.
키움 구단은 이날 도슨과 계약을 발표하면서 ‘도슨은 5툴 플레이어 유형으로 공격, 수비, 주루 등 다양한 위치에서 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유의 쾌활한 성격 덕분에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매사 성실한 훈련 태도로 팀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었다’고 재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도슨도 계약 후 구단을 통해 “KBO리그에서 다시 뛸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 특히 많은 사랑을 주신 키움 히어로즈 팬들과 다시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내년 시즌 팀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