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2024시즌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신흥 라이벌 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두산 이승엽 감독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끈 롯데 김태형 감독을 상대로 “지고 싶지 않다”라는 강력한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0월 2017년을 끝으로 가을 무대와 인연이 끊긴 팀을 재건할 적임자로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낙점했다. 김 감독을 계약 기간 3년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에 제2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과거 두산 왕조 시대를 활짝 연 장본인이다. 2015년 부임 첫해부터 2021년까지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고, 그 사이 통합우승 2회(2016, 2019), 한국시리즈 우승 3회(2015, 2016, 2019)를 해냈다.
김 감독의 통산 지도자 성적은 1152경기 647승 486패 19무 승률 .571로,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 김경문(896승), 김영덕(707승), 류중일(691승)에 이은 최다승 9위에 올라 있다.
김 감독은 연이은 전력 유출과 외국인선수의 부진 속에 2022년 9위 충격을 안으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 감독은 2023시즌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현장을 누볐다.
김 감독은 올해 두산 경기 해설을 맡을 때마다 후임자인 이승엽 감독과 옛 제자들을 찾아 안부를 묻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12일 KIA전 에피소드가 가장 유쾌했다. 양석환이 당시 김 위원에게 “원포인트 레슨 좀 해주십시오”라고 요청하자 김 위원은 “레슨은 무슨”이라고 웃으며 “이제는 내가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내야 레슨을 해줄 수 있다”라고 껄껄 웃었다.
곧이어 주장 허경민이 등장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김 위원에게 “바로 타격을 준비할까요”라고 물었다. 이어 “감독님과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번 해야 하는데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은 “내가 감독할 때는 (허)경민이가 저런 농담을 하나도 안 했다. 이제야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내 앞에서 농담하면 엔트리에서 빠질까봐 못했다고 하더라”라며 또 한 번 호탕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던 김 감독이 이제 롯데 지휘봉을 잡으며 두산과 롯데의 신흥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지도자 첫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2년차 시즌 도약을 노리는 이 감독과 두산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의 지략 싸움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 감독은 “김태형 감독님께 한 수 배울 생각이다. 감독님은 아주 대선배님에 명감독님이다.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라면서도 “경기는 우리가 더 많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나이가 많든 적든 조건은 똑같다. 지려고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상대가 베테랑 감독님이라도 경기장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라고 김태형 더비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두산은 올해 7승 9패 열세였던 롯데와 더불어 LG(5승 11패), KT(5승 1무 10패), SSG(4승 1무 11패) 등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내년 시즌 5위보다 높은 순위를 위해서는 이들을 상대로 더 많은 승수를 쌓아야 한다.
이 감독은 “올해 상위권 팀들에게 약했다. 하위권 팀들을 이겨서 5위를 했다”라며 “상위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이기지 못하면 올라갈 수 없다. 맞대결에서 이기려고 할 것이다. 승부에서 지는 건 수치다. 그 수치를 올해 당해봐서 내년에는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5위로 포스트시즌을 치른 두산의 내년 목표는 최소 3위다. 이 감독은 “올 시즌 5위를 했으니 내년에는 적어도 3위 이상을 해야 한다. 3위를 목표로 한 번 뛰어보겠다. 물론 우리 선수들은 우승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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