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8)가 LA 다저스를 선택한 데에는 돈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오타니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와 계약 합의 사실을 자신의 SNS로 직접 알렸다. 그 전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설이 흘러나오면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바로 다음날 오타니가 직접 다저스행을 밝혔다. 10년 7억 달러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조건으로 다저스와 계약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오타니는 지난 2일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다저스 구단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타니는 다저스의 선수 육성 철학과 마이너리그 시스템 현황에 대한 질문을 했다.
오타니는 팀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필요한 팜 시스템에 관심을 드러냈고, MLB.com 선정 팜 시스템 6위인 다저스는 오타니 영입에 자신감을 가졌다. 경쟁팀이었던 토론토가 25위로 하위권이라는 점에서 다저스가 비교 우위에 있었다.
다저스 고위 관계자는 “신선했다. 오타니는 마지막까지 돈 한 푼이라도 더 챙기는 것보다 편안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최고의 계약을 돈으로 여기지 않았다. 앞으로 10년간 얼마나 많은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을지를 봤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토론토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 말했다.
역대 최고액 계약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타니는 돈 욕심을 내려놓았다. 연봉의 일부를 계약 기간 이후 지급받는 ‘디퍼’ 조건을 먼저 제안했다. 디퍼를 통해 구단은 당장의 지출을 줄이고, 사치세에 반영되는 연봉을 낮춰 페이롤에 유동성을 갖게 된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이지만 오타니의 양보로 다저스도 부담을 덜었다. 연평균 7000만 달러 계약이지만 계약 기간 실질적으로 연평균 5000만 달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타니와의 만남 이후 다저스는 자신감을 가졌다. 지난 9일 오타니가 토론토와 계약하기 위해 토론토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오보가 나와 혼란이 있었고, 다저스 경영진도 내부 회의를 가질 정도로 긴장하긴 했다. 하지만 다저스 관계자는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단지 상황을 몰랐을 뿐이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사실이 아닌 오보로 드러났고, 오타니의 마음은 이미 다저스로 기울어 있었다.
다저스는 오타니와 만남을 가진 뒤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오타니는 당시 다저스에 마이너리그 시스템에 대한 질문뿐만 아니라 자신이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야구와 야구 훈련이라는 두 가지 취미를 가졌다는 동료 선수들의 말이 사실이었다.
다저스의 한 임원은 “우리는 깜짝 놀랐다. 신선했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우리는 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는데 ‘야구를 하기 위해서’라는 아주 단순한 것이란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사람들은 CEO나 브랜드가 되고 싶어 하는데 오타니는 그런 점에서 정말 신선했다. 미팅을 마치고 나오면서 오타니와 계약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고 말했다.
오타니가 시즌을 마친 뒤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에 투수로 던질 수 없지만 다저스는 2025년 투타겸업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비즈니스 측면에서 오타니가 국제적인 브랜드를 가진 유일한 선수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공동 구단주이기도 한 마크 월터 다저스 회장이 ‘오타니 올인’을 결정한 이유였다. 다저스 소식통은 “월터는 경제적인 효과를 잘 안다. 다저스는 국제적인 브랜드이고, 어제보다 오늘 더 큰 브랜드가 됐다”고 오타니 영입 효과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