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팀들의 외국인 선수 영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어느덧 12월 중순을 향하고 있지만 5개 팀이 아직 1명도 계약하지 못했다. 계약을 마친 외국인 선수는 8명에 불과하다. 그 중 재계약이나 복귀가 아닌 신규 외국인 선수는 한화 외야수 요나단 페라자(100만 달러), SSG 투수 로버트 더거(90만 달러) 2명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외국인 선수 시장이 더디게 흐르고 있다. 선수 풀이 좋지 않은 게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마이너리그가 취소·축소된 후유증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쓸 만한 선수들도 부상 경력이 있거나 일본프로야구로 향한다. 한 관계자는 “일본 팀이 붙으면 게임이 안 된다. 100만 달러 상한액으로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에릭 페디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갈수록 좋은 선수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투수가 특히 없다”고 말했다.
KBO는 지난 2019년부터 6년째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이 100만 달러로 제한돼 있다. 그 사이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55만5000달러에서 72만 달러로 계속 올랐다. 마이너리그 처우나 복지가 크게 개선되면서 웬만한 조건으로는 미국에 남으려는 선수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선 일본에서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들이 국내 팀들의 영입 후보에 많이 오르고 있다.
타자도 타자이지만 투수 찾기가 훨씬 더 어렵다. 강력한 1선발급 외국인 투수를 새로 찾는 한화도 난관에 부딪쳤다. 영입 대상 1~2순위에 있던 투수들이 미국에 남기로 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릴 분위기다. 개막전 1경기로 끝난 버치 스미스 실패로 인해 부상 리스크가 없는 투수들 위주로 찾다 보니 선택지도 넓지 않다.
올해 1선발로 활약한 펠릭스 페냐와 지난 9일 최대 105만 달러에 재계약한 한화이지만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고민이 갈수록 깊어진다. 보류선수명단에 포함한 좌완 리카르도 산체스를 보험용으로 남겨두고 있는데 시장 상황이 계속 좋지 않다면 그와 동행을 이어갈 수 있다.
한화는 신인왕 문동주가 내년부터 이닝 제한이 풀리면서 풀타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돈다. 후반기 들어 선발진에서 활약한 베테탕 이태양과 영건 김기중이 있고,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가 마무리캠프에서 선발 후보로 코칭스태프 눈도장을 찍었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된 김민우의 반등 가능성도 주목된다.
국내 선발진에 기대할 만한 요소가 많지만 확실한 상수는 얼마 없다. 외국인 투수들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변수에 대처하기 힘들다. 페냐와 짝을 이룰 1선발 외국인 투수를 찾지 못하면 불안감을 안고 시즌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화는 류현진을 더욱 포기할 수 없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계약이 끝나면서 FA로 풀린 류현진은 아직 새 팀이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 현지에서도 별다른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선발투수가 워낙 금값이라 류현진이 미국 잔류 기준으로 삼은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 계약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화는 류현진의 상황을 주시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FA 안치홍을 거액에 영입했지만 샐러리캡은 50억원가량 여유 공간이 있고, 1회 초과시 제재금까지 각오하면 불가능하지 않다. 류현진이 돌아온다면 팀 전력상 1선발 고민을 단숨에 해소할 수 있고, 젊은 유망주 투수들이 많은 팀 구성상 투수진 리더로서 가치도 한화는 높게 보고 있다.
한화는 물밑에서 류현진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12월20일, 늦어도 연내로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시간을 오래 끌지 않는다. 앞으로 열흘 사이 미국 잔류 또는 한국 복귀라는 큰 틀에서의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