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달러, 6억 달러를 한 번에 건너뛰며 7억 달러를 찍었다. 우리 돈으로 9240억원에 달하는 ‘초초대박’이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의 주인공이 된 오타니 쇼헤이(28)가 LA 다저스로 향하면서 역사를 썼다. 그 흔한 ‘오버 페이’ 논란조차 없을 정도로 오타니의 가치를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다저스와 FA 계약 합의 사실을 알렸다. 오타니의 다저스행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계약 조건이 놀라웠다. 오타니의 에이전트인 ‘CAA스포츠’ 네즈 발레로가 공개한 오타니와 다저스의 계약 조건은 10년 7억 달러.
지난 2019년 3월 LA 에인절스와 12년 4억2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을 넘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 북미 스포츠 토틀어 역대 최고액 계약이었던 2020년 7월 미식축구(NFL)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의 10년 4억5000만 달러 기록도 깼다. 나아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2017~2021년 스페인 FC바르셀로나와 맺은 5년 6억7400만 달러를 넘어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대 최고액 기록을 썼다.
‘ESPN’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은 전례 없는 수준의 디퍼가 들어갔다. 연봉 지급을 계약 종료 이후로 미루는 지불 유예를 뜻하는 디퍼는 구단 친화적인 조건이다. 디퍼를 통해 구단은 당장 지출을 줄이고 사치세에 반영되는 연봉을 낮춰 페이롤에 유동성을 갖게 된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인데 오타니가 직접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내면서 다저스도 부담을 덜었다.
디퍼가 들어갔다고 해도 7억 달러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적 계약이다.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금액으로 새 역사를 쓴 오타니를 향해 같은 메이저리그 선수들부터 인정했다.
‘MLB.com’에 따르면 이날 푸에르토리코 카롤리나에서 자선 행사를 연 올스타 2회 투수 호세 베리오스(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멋있다. 오타니는 선수들에게 계속 문을 열어주고 있고, 그게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다. 오타니가 앞장서면 그를 따르는 선수들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7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며 오타니가 선구자적인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특급 마무리투수 에드윈 디아즈(뉴욕 메츠)도 “이렇게 놀랄 만한 금액의 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오타니밖에 없다. 그는 투구와 타격 모두 잘하는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에 그만한 자격 있다. 야구계에 새로운 일이다. 오타니는 자기처럼 경이로운 재능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문을 열어주고 있다. 언젠가 그 선수들도 오타니의 금액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그 관계자들도 오타니의 7억 달러 계약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실력에 스타성과 시장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오타니의 2023년 한 해 동안 광고 수입이 4000만 달러에 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 다음으로 높은 금액이 트라웃의 500만 달러이니 오타니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평가자는 “오타니는 6~7년 안으로 그만한 가치 다할 것이다. 광고만 보더라도 그는 말 그대로 돈 공장이다. 일본에서 모든 시선이 그에게 향할 것이다. 그들에겐 마이클 조던과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일본을 등에 업은 오타니의 시장성이 워낙 거대하고, 수익원이 보장된 만큼 다저스의 투자 리스크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구단의 임원도 “오타니는 7억 달러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리그에서 가장 재능 있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일 뿐만 아니라 팀 동료이자 조직 구성원으로서 뛰어난 면모를 갖추고 있다. 계약 기간 내내 건강과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며 오타니의 소문난 근면 성실함이라면 충분히 몸값을 다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