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겸업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고 FA 자격을 얻은 오타니 쇼헤이(29)의 계약 우선순위는 금액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2년 연속 100승 이상을 거두고도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LA 다저스의 우승 열망을 채우기로 결심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 복수 언론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가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240억 원)에 계약했다”라고 보도했다. 오타니 본인도 자신의 SNS에 다저스와의 계약 소식을 직접 전했다.
오타니는 이번 계약으로 북미 스포츠 사상 역대 최고 몸값의 사나이가 됐다. 종전 기록은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 10년 4억5000만 달러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LA 에인절스의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 12년 4억2650만 달러에 최고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투수로 통산 86경기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타자로 716경기 타율 2할7푼4리 171홈런 437타점 OPS .922를 남겼다. 2021년에 이어 올해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거머쥔 현 시점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다.
에인절스의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온 오타니는 단연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대어였다. 지난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최소 5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이 점쳐졌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강팀 다저스의 선택을 받았다. 오타니는 2024시즌 타자에 전념한 뒤 2025시즌 투타겸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런 오타니도 정복하지 못한 무대가 있었으니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었다. 소속팀 에인절스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탓에 오타니는 2018년 데뷔 후 와일드카드 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에인절스의 최근 가을야구는 오타니 입단 4년 전인 2014년이다.
다저스의 처지도 비슷했다. 올 시즌 100승 62패를 거두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16경기 차 앞선 서부지구 1위를 차지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거쳐 올라온 애리조나에 3경기를 연이어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통산 7회 우승의 명문 구단이지만 최근 우승이었던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이라 우승 갈망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풀타임 시즌 기준 1988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이에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오타니와 직접 면담을 하며 구애를 하기에 이르렀다. 로버츠 감독은 윈터미팅이 한창이던 4일 오타니를 만나 2~3시간 동안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다른 선수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 영입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면담이 잘 진행됐고, 이번 자리를 통해 팀과 선수가 한층 친숙해졌다. 오타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양 측의 우승 열망이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계약서에 새기는 데 성공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에인절스가 최종 후보로 거론된 가운데 오타니는 일찌감치 영입설이 제기된 다저스를 택했다”라며 “다저스는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2020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연속 100승 이상을 거두고도 우승 기회를 놓쳤다. 플레이오프에 익숙한 다저스를 바꿀 수 있는 건 지난 6년 간 포스트시즌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며 우승 열망이 커질 대로 커진 오타니뿐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려 7억 달러 잭팟을 이뤄냈지만 오타니에게 금액은 FA 계약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도쿄스포츠는 “오타니의 최우선 사항은 미국과 일본 언론, 팬들이 주목한 금액이 아니다.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팀을 우선적으로 물색했다”라며 “다저스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애너하임에서 가까운 로스앤젤레스이기에 환경 적응도 불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타니의 9월 팔꿈치 수술 또한 다저스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저스에는 토미존 수술을 받은 투수들의 재활 데이터가 축적돼 있고, 수술을 집도한 닐 엘라트라체 박사는 다저스의 팀 닥터다”라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팬들과 야구계 관계자 여러분,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래 걸려 죄송하다. 나는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지난 6년간 응원해주신 에인절스 관계자분들과 팬분들, 그리고 이번 협상에 함께해주신 각 팀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에인절스와 함께한 6년을 영원히 가슴에 새기겠다. 다저스 팬 여러분들 앞에서 항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다할 것을 다짐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