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와 3년째 동행을 이어가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3)는 실력만큼 워크에식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된다. 외국인 선수이지만 국내 선수의 운동까지 따로 챙길 정도로 팀을 위한 마음도 크다.
한화는 9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페냐와 내년 시즌 재계약을 발표했다.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로 최대 105만 달러의 조건이다. 올해 받은 총액 85만 달러보다 20만 달러 오른 금액에 도장을 찍으며 3년째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페냐는 지난 2022년 6월 대체 선수로 한화에 처음 합류했다.
한화는 이날 페냐의 재계약을 알리면서 ‘문동주에게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 그립을 가르쳐주는 등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내며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시환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투심 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늘려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것도 페냐의 열린 마음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특히 올해 신인왕에 등극한 문동주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페냐와 자주 붙어다녔다. 메이저리그 6시즌 경력의 페냐는 “문동주와 메이저리그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눈다. 지금 방향대로 잘 성장하면 메이저리그에 가고도 남는 잠재력을 가졌다”며 일찌감치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문동주가 필요로 하는 체인지업 장착에도 도움을 줬다. 문동주는 지난 여름 “페냐가 체인지업 던지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그렇게 던지가기 쉽지 않다. 자세한 방법은 영업 비밀이지만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 진짜 신기하다”며 “프로 선수로서 페냐의 마인드도 배울 게 많다. 경험이 부족한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페냐는 쉬는 날에도 문동주를 따로 불러 운동하곤 했다. 같이 캐치볼을 주고 받은 뒤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다했다. 문동주는 지난 8일 ‘이글스TV’를 통해 “페냐가 ‘월요일에 뭐하냐’고 물어본다. ‘좀 쉴 것 같은데’라고 하면 ‘나와서 운동해야지, 지금 뭐하는 거냐’고 말한다. 월요일에도 선발투수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해줘서 같이 운동했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이런 루틴을 유지한 페냐는 한화 팀 내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32경기에서 팀 내 최다 177⅓이닝을 소화하며 11승11패 평균자책점 3.60 탈삼진 147개를 기록했다. 19번의 퀄리티 스타트도 이닝과 함께 리그 전체 6위 기록으로 꾸준함을 보여줬다.
올해 1선발로 기대한 버치 스미스가 개막전부터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고, 문동주를 제외한 국내 투수들의 부진으로 선발진이 붕괴될 뻔한 한화에서 페냐가 없었더라면 끔찍했을 뻔 했다. 시즌 후반에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 검증된 풀타임 선발투수를 한화가 포기할 리 없었다.
올해 9위로 어렵게나마 탈꼴찌에 성공한 한화는 내년에 포스트시즌 도전에 나선다. 이닝 제한에서 해제되는 문동주와 함께 페냐가 선발진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로 1선발급 에이스를 찾고 있지만 새 외국인 선수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내구성을 갖췄고, KBO리그 적응을 마친 페냐는 내년 한화 전력의 확실한 상수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페냐는 구단을 통해 "계약을 할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 다시 한 번 한국에서 뛸 기회를 주신 한화 이글스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비시즌에 잘 준비해서 내년 시즌 건강한 몸 상태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재계약 소감을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