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린이’ 출신으로 29년 만의 LG 트윈스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끈 임찬규는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우승 이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방송 출연도 잦았다. 사실 FA 신분이기 때문에 현재 엄밀히 말하면 LG 소속은 아니다. 그러나 LG의 대표선수로 행사장을 누비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3 뉴트리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 임찬규와 차명석 단장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임찬규는 이날 최고 투수상에 선정됐다. 일구회는 ‘올 시즌 30경기(26선발) 14승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다승 3위(14승), 승률 2위(.824) 등에 오르는 등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이며 LG 트윈스의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라면서 임찬규를 최고 투수상 선수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FA가 됐다.
행사 초반, 프런트상 수상자 자격으로 단상에 오른 LG 차명석 단장은 이날 임찬규를 향해 FA와 관련해 언급했다. “120만 관중을 모으는 것도 상당히 어렵고 29년 만에 우승도 어려웠다”라면서 “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임찬규 선수와의 FA 계약이다. 이제 갑과 을의 입장이 바뀌었다. 오신 김에 도장을 찍어주셨으면 좋겠다. 그냥 가지 마시고 사인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면서 읍소(?)했다. 행사장은 웃음바다에 빠졌다.
이후 임찬규가 최고 투수상을 수상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차명석 단장은 꽃다발을 전달하면서 사인하자는 손짓을 하면서 재차 임찬규에게 계약 의사를 전달했다. 차명석 단장과 임찬규가 FA 계약과 관련해서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취재진과 마주한 임찬규는 차명석 단장의 읍소에 대해 “도장을 놔두고 왔다”라고 웃었다.
현재 LG와 임찬규 측은 차분히 협상 중이다. “일단 처음에 단장님을 한 번 뵙고, 두 번째는 이제 이예랑 대표님(에이전트)이 아직 해외에 계셔서 전화상으로 통화를 한 번 한 게 전부다”라면서 “어떻게 보면 두 번 정도 만난 것이고 아직 크게 오고 간 얘기는 없다. 그냥 잘 얘기했고 이예랑 대표님이 한국에 돌아오시면 추후에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임찬규의 에이전트인 리코스포츠매니지먼트의 이예랑 대표는 현재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참석 차 미국에 머물고 있다.
사실 LG가 한국시리즈까지 치렀고 또 11월 말에 그룹 보고회 자리까지 만들어지면서 차명석 단장과 임찬규가 협상을 벌일 시간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저희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바람에 시즌이 늦게 끝났고 밀린 업무를 전부 맞춰서 하셔야 하는 게 단장님의 역할이다. 그것을 기다린 뒤에 또 하려다 보니까 이예랑 대표님 스케줄도 있어서 늦어지게 되는 것 같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차명석 단장의 “우승보다 더 어려운 게 임찬규와의 계약이다”라는 말에 임찬규는 억울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찬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은데, 저와의 협상 테이블이 어렵다는 게 아니고 가치를 측정하는 게 어려운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다”라고 웃으면서 “에이전트를 통해 만났고 저를 존중해주시면서 말씀해주신 것 같다. 그만큼 가치 측정이 어려운 선수라는 의미로 얘기를 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장님은 물론 감독님 코치님 모두 이렇게 같이 남아주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크나 큰 행복인 것 같고 정말 13년 동안 LG에서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모든 게 행복한 것 같고 가족 같은 사람들이 반겨주니까 정말 좋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임찬규는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FA 계약과 관련해 “딱! 빡! 끝!”으로 끝내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방송에서 얘기했듯이, 딱! 빡! 끝!이라는 마음으로 계약을 끝내고 싶다”라면서 “모든 선수는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일 것인데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차분하게 운동하고 있으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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