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왕 출신’ 주권(28)의 FA 협상이 장기전으로 향할 전망이다. 선수와 원소속팀 KT가 두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KBO FA(자유계약선수) 승인 선수 명단에 신규 A등급으로 이름을 올린 주권. 그러나 시간이 3주 가까이 흐른 현재 그 어떠한 계약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원소속팀 KT 잔류가 점쳐졌지만 이마저도 감감 무소식이다.
주권은 FA 시장 개장 후 원소속팀 KT와 총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가 직접 구단 운영팀장을 만나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뒤 주권 측 에이전트가 KT 프런트와 정식으로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유했다.
첫 협상 테이블의 성과는 미비했다. KT 나도현 단장은 지난 7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구단과 선수 측이 기준점에서 조금 차이를 보였다. 당시 선수가 시장 상황을 알아본다고 했고, 우리도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해서 추후 다시 약속을 잡자고 했다. 조만간 약속을 잡아야 한다”라고 진행 상황을 전했다.
주권은 1995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재중 동포로, 2005년 한국으로 건너와 2007년 귀화했다. 이후 청주우암초-청주중-청주고를 거쳐 2015년 신인드래프트서 KT 우선지명으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입단 초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주권이 자신의 이름을 알린 건 프로 2년차였던 2016년이었다. 당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 28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5.10을 남겼고, 2016년 5월 27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해냈다. KT 구단 최초 완봉승이었다.
주권은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과 함께 불펜투수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한 가운데 2020년 77경기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홀드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막내 KT 구단의 국내 1호 타이틀 홀더가 된 순간이었다.
주권은 KT 마법의 여정의 살아있는 역사다. 2020년 홀드왕과 더불어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 62경기 3승 4패 27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창단 첫 통합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2022년에도 58경기 3승 3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다만 예비 FA 시즌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23년 중국 대표팀으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해 국제 경험을 쌓은 주권은 정규시즌에서 지난해 후반기 평균자책점 5.49 부진을 만회하려고 했지만 42경기 기록이 1승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40에 그쳤다. 박영현, 손동현 등 후배들에게 필승조 자리를 내주며 시즌 막바지 대체 선발과 패전조 임무를 맡아야 했다. 이어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에서 ⅔이닝 4실점 쓴맛을 봤다.
이번 스토브리그 불펜 시장은 차갑게 얼어 있는 상태다. KT 클로저 김재윤이 11월 22일 삼성과 4년 총액 58억 원에 FA 계약한 뒤 소식이 잠잠하다. 주권을 비롯해 함덕주, 홍건희, 김대우, 오승환, 임창민, 장민재 등이 아직 행선지를 정하지 못한 상황. 홍건희 또한 샐러리캡을 의식하는 원소속팀 두산과 협상이 장기전으로 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준척급 불펜 자원들이 어느 정도 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주권의 가치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 단장은 “협상이 장기전으로 가야할 것 같다. 아직 불펜투수들의 FA 계약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다. 선수 측에서 마지막까지 시장 상황을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다음에 만났을 때 우리 기준점과 선수의 기준점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다시 파악할 생각이다. 우리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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