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왜 일본에서 2년 동안 뼈아픈 실패를 겪은 멜 로하스 주니어(33)에게 11억 원을 투자했을까.
KT는 7일 오후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계약을 완료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로하스가 총액 90만 달러(약 11억 원), 쿠에바스는 150만 달러(약 19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KT는 2022년부터 2년 동안 함께한 앤서니 알포드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새 외국인타자 영입에 착수했다. 알포드는 올 시즌 133경기 타율 2할8푼9리 15홈런 70타점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플레이오프 5경기 타율 1할4푼3리, 한국시리즈 5경기 타율 1할2푼5리의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동행 연장에 실패했다. 알포드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도 재계약 불발에 한 몫을 했다.
OSEN과 연락이 닿은 KT 나도현 단장은 알포드와의 동행 포기와 관련해 “물론 알포드가 좋은 선수이지만 가을야구 영향이 있었고,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 알포드보다 더 나은 선수가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들려왔는데 프런트의 생각도 같았다. 대체자를 찾다가 로하스 계약에 다다랐다”라고 설명했다.
KT는 새 외국인타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 중인 로하스와 연결이 됐다. 로하스는 2017시즌 KT의 대체 외국인타자로 합류해 4시즌 통산 타율 3할2푼1리 633안타 132홈런 409타점 350득점으로 활약했다. 2020시즌 홈런(47개), 타점(135개), 득점(116점), 장타율(.680) 등 4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영광은 2020시즌이 마지막이었다. KBO리그를 평정한 로하스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 2년 계약했지만 일본 투수 적응에 철저히 실패하며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첫해부터 코로나19로 취업비자 발급이 제한되며 4월에서야 일본 입국이 이뤄졌고, 5월 뒤늦은 데뷔와 함께 21타석 연속 무안타라는 불명예를 비롯해 60경기 타율 2할1푼7리 8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 또한 89경기 타율 2할2푼4리 9홈런 27타점으로 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로하스는 일본을 떠나 멕시코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34경기 타율 2할8푼3리 5홈런 14타점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KT 연락을 받으며 한국 유턴을 결정했다.
KT는 2021년부터 로하스를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 단장은 “로하스가 일본에 있을 때부터 계속 관심 있게 봤고 친분도 있었다. 일본 생활을 마치고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었는데 우승 멤버로 활약할 정도로 잘했다. 이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도미니카공화국 국가대표로 뛴 경기도 쭉 관찰을 했다. 올해 멕시코리그, 도미니카 윈터리그 역시 유심히 지켜봤다”라고 그 동안 로하스에게 들인 노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지 스카우트의 평가, 영상, 데이터를 모아 이강철 감독님과 미팅을 한 번 했다. 거기서 로하스가 여전히 방망이 스피드와 움직임이 괜찮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오면 잘할 것 같다는 결론이 모여져서 계약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하스가 MVP를 거머쥔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다. 이후 한국야구보다 한 수 위인 일본야구를 경험했다고 하나 2년 동안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일본 투수들의 예리한 변화구에 적응하지 못하며 타격 밸런스마저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KT는 그런 로하스가 한국에서는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11억 원을 투자했다. 나 단장은 “KBO리그에 온다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로하스가 90년생이다. 우리 리그 톱클래스 타자들이 87년생부터 94년생이 주를 이룬다. 몸도 이전보다 슬림해졌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한편 로하스, 쿠에바스와 계약을 확정한 KT는 조만간 2선발 웨스 벤자민과도 재계약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나 단장은 “벤자민 또한 지금 협상 중에 있다. 간격을 조금씩 좁혀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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