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인데..."
17년차에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한 NC 손아섭(35)은 지난 비시즌 동안 미국 LA에 있는 강정호의 아카데미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강정호와 함께 의기투합한 결과가 타격왕이었다.
NC와 4년 64억 원에 계약을 하면서 커리어의 첫 이적을 결정한 손아섭이었다. 그러나 이적 첫 해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타율 2할7푼7리의 기록은 손아섭의 커리어에 흠집이 날 만한 기록이었다.
결국 손아섭은 다시 도전자의 자세로 돌아갔다. 강정호와 함께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에 주력하는 폼으로 개조했다. 크고 작은 타격폼의 변화는 매년 있어왔지만 메커니즘 자체를 바꾸는 것은 35세 시즌을 앞두고 큰 모험이었다.
이 모험은 대성공이었다. 올해 140경기 타율 3할3푼9리(551타수 187안타) 5홈런 65타점 14도루 OPS .836의 성적을 거두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전성기였던 롯데 시절에도 못했던 타격왕을 35세 시즌, 17년차에 차지하게 됐다.
손아섭은 이번 겨울에도 강정호와 훈련을 하겠다는 계획을 일찌감치 세워놓았다. 다만 2024년 1월 구단 시무식 행사 등으로 계획보다는 늦은 1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 7일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행사에서 만난 손아섭은 "올해 주장을 맡았기 때문에 구단 행사에는 참석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기간이 그렇게 됐다"라면서 "일단 미국에는 늦게 가지만 오는 16일부터 해외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다시 한국에 왔다가 미국에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손아섭은 올해 강정호와의 훈련에 함께하고 싶은 후배가 있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등을 통해서 국가대표 유격수로 거듭난 김주원(21)이었다. 김주원은 올 시즌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고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가 될 잠재력을 보여줬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시즌 성적은 127경기 타율 2할3푼3리(403타수 94안타) 10홈런 54타점 56득점 15도루 OPS .668의 기록.
그러나 106개에 달하는 삼진, 그리고 30개의 실책은 김주원의 아쉬운 지점이었다. 손아섭은 김주원을 아끼면서도 이러한 약점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손아섭은 올 시즌 중, 김주원에 대해 "갖고 있는 재능이 많은 선수고 제가 아끼는 선수다. 그러나 제가 냉정하게 판단하면 작년과 올해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강조하면서 "내년에는 앞선 두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해야 우리 팀도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한 번 더 성장했으면 좋을 것 같은 마음이라서 함께하고 싶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에 김주원 역시도 "항상 (손)아섭 선배님이 미국에 데려간다고 얘기를 하셨다. 영광스럽고 엄청난 기회다"라면서 "최근에 기회가 되면 함께 미국에 가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꼭 함께 개인 훈련을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면서 합동 훈련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 선수는 올 겨울 함께 떠나는 듯 했다. 그러나 김주원의 개인사정으로 무산됐다. 손아섭은 "원래 (김)주원이랑, (박)세혁이와 함께 LA에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주원이가 개인 사정으로 올해는 가기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세혁이랑 둘이서 가야할 것 같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김주원과의 훈련이 무산된 게 손아섭도 아쉽기만 하다. 그는 "사실 시즌 중에 (김)주원이에게 쓴소리를 많이 한다. 현실적인 얘기들을 세게 많이 한다. 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잔소리를 했고 함께 훈련을 하려고 했다"라면서 "그런데 못 가게 돼서 아쉽고 주원이도 많이 아쉬워 한다. 내년에는 꼭 함께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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